[이 훈기자]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세상. 이런 불안감이 생길 때면 『차라리 하고 싶은 일이나 마음껏 해볼 걸』이라는 후회가 생기게 마련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입사 6개월을 넘긴 강승문씨(26)는 최소한 이같은 고민은 하지 않는 당찬 신세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남겨놓은 그는 2학년때 경영대 야구팀을 부활, 회원수를 20여명으로 불리면서 「구단주」의 칭호를 얻기도 했다.
그는 머리속에 프로야구 주요 경기의 전적이 빼곡이 입력돼 있을 정도의 야구마니아. 그러나 그가 일자리로 KBO를 택한 것은 단지 야구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그의 업무는 마케팅. 그동안 밑지는 장사만 해온 KBO를 15년 이내에 흑자재정으로 바꿔놓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 목표를 달성한후엔퇴사, 야구 마케팅과 관련된 독립법인을 세운다는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강씨의 KBO 입사는 지난해 6월 KBO의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을 맡은 ㈜넥슨의 대학후배들이 강씨에게 야구칼럼을 써줄 것을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강씨는 당시 LG야구단 입사가 확정된 상태였으나 그의 칼럼에 반한 KBO 박기철기획실장이 그를 삼고초려(三顧草廬)끝에 끌어온 것.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인 박실장은 그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왕 일을 하려면 구단보다는 KBO가 백배 낫다. 아르바이트든 정규사원이든 상관없다』는 등의 「감언이설」로 그를 설득, 마침내 승낙을 얻어냈다.
그의 연봉은 1천7백여만원. 대기업에 들어간 동기생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명문대 출신은 대기업에 입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합니다. 전공을 살리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만한 행복이 또 있을까요』
그의 얼굴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