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미국의 「내정간섭」당당할 필요

  • 입력 1997년 3월 17일 20시 16분


▼서울시는 몇년전 경유를 쓰는 지프의 자동차세 감면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자 미국은 뒤늦게 이를 중단하라고 요구해왔다. 미국 지프에 대한 수입규제라는 게 이유였다. 시민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한 조치까지 통상이슈가 된 것이다. 또 국세청은 업무용으로만 활용케 되어 있는 리스관련 법률을 어기고 수입차를 리스로 빌려 자가용으로 쓰는 행위를 단속한 적이 있다. 이때도 미국은 미국차 수입규제라고 트집을 잡았다. 우리 정부의 일상적인 행정행위마저 미국제품의 수입을 막기 위한 규제조치로 보고 있다 ▼미국은 자국 이익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가 러시아제 미사일을 구매하려 하자 무기체계의 호환성을 내세워 반대하고 대신 자국무기 구입을 요구하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냈다. 자기 것은 되도록 많이 사게 하고 다른 나라 것은 사지 말라는 억지다 ▼우리나라의 대미(對美)무역수지적자는 지난 95년 62억7천만달러에서 작년엔 무려 1백16억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대미적자가 이런데도 미국 정부와 업계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은 끝이 없다. 심지어 민간단체의 자발적인 과소비 억제운동이나 기업들의 소비재 수입 자제 움직임도 우리 정부가 개입한 게 아니냐며 중단을 요구한다 ▼이렇게 된 것은 우리 통상당국이 민간단체의 과소비 자제 운동이 정부와 무관함을 알리고 설득하는 노력을 소홀히 한 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이익에 치우쳐 내정간섭 성격의 통상압력을 계속하는 것은 양국 우호관계에도 이롭지 않다. 정부는 정당한 행정행위를 트집잡고 나서는 내정간섭적 압력에 당당한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 무리한 압력에 호락호락 넘어가면 다음에 오는 것은 또 다른 압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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