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哲(김현철)씨는 아직도 자기 분수를 모르고 정신을 못차린 것 같다. 여당이 보호막을 거둬 자신을 한보국정조사 청문회에 세우고 TV생중계도 허용키로한 현실의 심각성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주변인물에 대한 본격수사에 들어가 곧 그도 재소환키로 한 결정이 무슨 의미인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의혹차원을 넘어 분명한 국정문란행위로 지탄받는 그간의 언행에 대해 진실로 반성하는 빛이 안 보인다는 말이다.
현철씨가 어제 언론사에 일제히 팩스로 보낸 「국민 여러분께 제 심경과 입장을 밝힙니다」란 문건(文件)의 내용은 한마디로 불쾌하다. 나라를 혼돈속에 몰아넣고 국정을 마비시키다시피한 데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이 아니다. 「사죄」 「용서」 「자책」 등의 단어를 나열했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한 대목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잘못이 있다면」이란 가정법을 쓰고 「결과적 허물」 「처신의 실수」 등 변명성 말을 늘어놓아 죄가 없는 양 일관했다.
더욱 가당찮은 것은 청문회와 검찰조사에 대한 입장표명이다. 『국회에서 증인으로 출석요구를 한다면 응하겠고 필요하다면 검찰재조사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했으니 어이없다. 세상에 누가 국회와 검찰의 조사요구에 「필요하다면」 이란 단서를 붙여 「나가주겠다」는 식의 말을 할 수 있는가. 게다가 그것도 버젓이 국민을 향한 메시지 형식으로 팩스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이러니 소통령 황태자로 군림해 왔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닌가.
그는 대통령의 아들이란 것 외에 달리 직업이 없다. 대학원생으로 부모 돈을 타 써야 할 처지다. 도대체무슨돈으로몇개씩 사조직을 거느리며 차기정권 창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했고 국가 요직인사를 좌지우지 해왔는지 국민들은 궁금하다. 사실 그런 잡음 자체가 국가적 수치다. 대통령이 아들 간수를 잘못한 것은 분명하고 그런 아들의 행위를 묵인해 왔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마당에 아들이 여전히 경솔한 언행을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청문회나 검찰조사를 회피할 생각이 없다는 식의 오만한 입장표명은 그동안 여당과 검찰이 현철씨를 감싸고 두둔해 왔다는 반증(反證)이기도 하다. 여당은 국정조사특위가 구성된 후에도 한달여 그를 둘러싼 추문이 계속 쏟아져 나왔으나 청문회에 세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한보사건수사때 석연치 않은 편법을 동원, 결국 그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검찰이 다시 조사한다지만 국민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여당은 이제 새 진용을 갖추고 현철씨 문제를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검찰도 바뀌어야 한다. 지난번 1차 조사때의 검찰지휘부가 이번에도 현철씨 수사를 지휘하는 한 국민들의 의혹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