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벼랑끝에 선 검찰

  • 입력 1997년 3월 17일 20시 16분


검찰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있다. 세간에서 「정권앞에 서면 작아지는 검찰」이라든지, 「검찰이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 나자고 하는데 더 깎을 뼈가 있는 것이냐」고 비아냥투로 질타하는 것이 이를 웅변으로 전해준다. 한마디로 검찰이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다. 崔相曄(최상엽)법무장관이 검찰의 한보수사에 대한 국민불신을 취임사에서 언급하고 한 검찰고위간부가 자성론을 제기하는 현 상황은 추락하는 검찰의 위상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불신-자성론 안팎 위기▼ 검찰의 진짜위기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의 각종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와 맞닥뜨림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현철씨 문제를 「정면돌파」로 대응하느냐의 여부가 추락하는 몸통에 날개를 달 것인가를 결정해주는 국면을 맞고 있다. 「깃털」만 뽑은 한보수사는 한 시민과 시민단체가 신문광고를 통해 공개적으로 검찰을 비난하는 사태를 가져 왔고 말없는 국민 다수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이 현직에 있던 장관 1명에 대통령의 측근인사를 포함한 국회의원 4명과 재벌총수 1명을 구속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해도 국민들은 검찰을 질타하는 광고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검찰조직 내부에도 불만의 소용돌이가 잠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중견급 평검사들이 저녁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검찰수뇌부를 비판하고 「행동」까지 논의했다는 소문이 돌아 검찰이 자체조사에 나서는 소동을 빚은 것이 그것이다. 이 소문은 일단 사실이 아닌 것으로 덮였으나 한 검찰간부는 『소장검사들사이에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불신받고 있는 것은 수뇌부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전함으로써 검찰내부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간접 시인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위계질서가 엄한 검찰조직내에서 최근에 벌어졌던 「확인소동」은 위기에 처한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데 지나지 않는다. 일선검사들의 검찰수뇌부에 대한 불만은 영장실질심사제를 둘러싼 법원과의 갈등에도 원인이 있다. 수뇌부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법원의 페이스에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 일선검사들의 주장이다. 시행 3개월째를 맞은 영장심사제에 대해서는 법원과 검찰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법원도 이를 보완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해서 박탈감을 갖는 것도 문제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다면 법원도 기관이기주의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국가형벌권 행사의 양축을 이루고 있는 두 기관은 선진형 인신구속제도를 우리 현실에 맞게 정착시켜 나가야 할 책임을 나눠 갖고 있다. ▼국민이 지켜볼 「小山수사」▼ 한보수사에서 시작된 검찰의 위기는 현철씨 수사국면을 맞으면서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 현철씨 스스로 국회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고 검찰의 재소환에도 응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검찰이 더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다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걱정스러운 일이다. 검찰이 추락하는 몸통에 날개를 달아 다시 날 수 있을 때 국민은 갈채를 보낼 것이다. 김종완<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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