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아직도 못고친 「왕자病」

  • 입력 1997년 3월 17일 20시 16분


지금까지 이런저런 경위로 밝혀졌거나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는 金賢哲(김현철)씨의 잘못은 그 연원이 「공사(公私)」를 구별못한 데 있다. 민주공화정 체제에서 대통령의 아들은 더도 덜도 아닌 「사인(私人)」이다. 현철씨는 애당초부터 이 점에 대해 무지(無知)했거나 무시(無視)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국가적 불행이 초래될 리 없다. 아버지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물론 세상사람들이 그의 잘못을 몰랐거나 그야말로 「심증(心證)」은 있지만 「물증(物證)」이 분명치 않아 제동을 걸지 못했을 때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온세상이 자신으로 인해 발칵 뒤집혔는데도 아직 현철씨는 전후좌우를 가리지 못하는 것 같다. 17일 발표한 「국민여러분께 제 심경과 입장을 밝힙니다」라는 현철씨의 성명을 보아도 시쳇말로 「주제파악」을 한 듯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야권도 지적했지만 우선 무엇 때문에 성명이라는 걸 발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가, 또 검찰이 부르면 「보통사람」처럼 조용히 가면 되는 것이다. 성명의 내용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식의 자극적 문구들이다. 「신파조(新派調)」 호소로 가득차 있는 전체적인 문맥도 그렇고 본안에 대한 언급내용도 마찬가지다. 얼마전에는 『증거를 대라』고 큰 소리를 치더니 이번에는 『잘못이 있다면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게 무슨 소린가. 잘못을 저지르고 벌을 받는 게 국민들에게 선심이라도 베푸는 일이란 말인가. 『가슴아프다… 더 이상 제 문제로 인해 시끄러워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또 무슨 얘기인가. 지난해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이 구치소로 떠나기 직전 검찰청 앞에서 똑같은 말을 했을 때 국민들이 얼마나 분노했는지 안다면 다시 그런 말을 입에 올릴 수는 없다. 아버지에게 사죄를 드린다면 집안에서 하면 될 일이지 「대국민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현철씨의 성명이 국민들의 이해를 도운 점을 굳이 따진다면 한가지 정도다. 「그런 몸가짐으로 대통령 아들 노릇을 했으니 세상이 이 꼴이 되지…」. 이도성<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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