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준승이가 제5스나마치 소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엔 같은 반 친구들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서로를 부르면서 남학생에게는 「∼군(君)」, 여학생에게는 「∼상(樣)」을 붙이는 것이었다.
『엄마, 여자애한테 그게 뭐야. 그냥 이름만 부르면 되지』 준승이는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한국에서의 습관을 바꿨다. 다른 친구처럼 깎듯한 존대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남학생이 여학생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남학생은 반장, 여학생은 부반장 식의 구분도 없었다. 남학생과 여학생 대표를각각1명씩 뽑아 「공동대표」로 일을 했다.
오히려 여학생의 성격이 차분하고 꼼꼼해서 학급운영에선 발언권이 더 높았다. 남학생은 「여자애가…」라며 불평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열심히 학급일을 도와 주었다.
5학년 생활과목엔 바느질(봉재)과 요리시간이 포함돼 있었다. 작품전시회가 열렸는데 남학생이 직접 바느질해서 만든 손가방과 필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실제 클럽활동 시간에 요리반 재봉반을 택하는 남학생이 많았다.
주말 축구교실에 여학생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4학년에선 한명, 1학년에선 10명이나 지원했는데 다른 학교와 시합할 때도 남학생에 뒤지지 않고 열심이어서 화제가 됐다.
「지역사회의 모습알기」란 단원이 사회과 수업에 있었다. 주거지역이 비슷한 학생끼리 그룹을 지어 집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함께 돌아다니고 지도를 만드는 내용이었다.
수업이 끝난뒤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서 2주간 계속되는데 그룹은 반드시 남녀혼성이었다. 상대방의 집을 방문하는 시간 등을 통해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를 가졌다.
같은 반 친구가 전학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새로 오는 학생이 있으면 송별회 학우회를 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때도 남녀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한자리에서 진행방법을 상의했다.
〈필자 손수영(손수영·37)씨는 한화증권에 근무하는 남편 진영호(진영호·40)차장과 함께 지난 91년부터 5년간 일본 도쿄에서 생활하며 준승(12)현애(9)남매를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