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PC통신에선]방송 「이경규가 간다」

  • 입력 1997년 3월 24일 08시 27분


▼ 「숨은 양심」 악용한 유치한 희극 ▼ 교통문화를 다룬 「이경규가 간다」가 갈수록 빗나가고 있다. 다들 봤을 것이다. 서울영동대로 14차로에서 벌였던 그 유치한 코미디를. 14대의 차량이 일제히 정지선을 지키면 「양심냉장고」를 다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진행됐는가. 정지선을 지키는 양심은 냉장고나 타려는 위선으로 몰렸다. 위반이라도 하면 눈앞의 냉장고를 놓친 아둔한 인간으로 비웃었다. 더구나 장소와 날짜까지 미리 예고하다니 정말 유치했다. 『그래 냉장고 여기 있다. 재주껏 가져가 봐라』는 얘기 아닌가. 시민을 상대로 시험해보겠다는 이 지독한 오만. 시민의 양심을 낯뜨거운 소재로 「이용」하다니 용납하기 힘들다. 의도가 그랬던만큼 실제 벌어졌던 상황도 가관이었다. 마치 냉장고 타기 경연을 보는 듯했다. 난데없는 「노상 작전회의」가 벌어졌다. 상호도 선명한 차량이 광고하듯 출몰했다. 애꿎은 시민을 몰염치로 몰아서 웃음거리를 만드는 작태. 이렇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대서야 어찌 코미디라 하겠는가. 시청자들이 원하는건 「숨은 양심」을 만나서 느끼는 진한 감동이다. (천리안ID·APACHE21, 나우누리ID·ycn9863) ▼ 재미-메시지 겸비한 좋은 프로 ▼ 한번 되돌아보자.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정지선, 횡단보도에 걸쳐 놓고는 신호등만 뚫어질듯 노려보는 운전자,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습관들, 교차로 가운데서 뒤엉켜 꼼짝못하는 차량들. 우리 도로의 한심하던 자화상 아닌가. 그런데 놀랍게 바뀌어가고 있다. 목이 터져라 교통질서를 외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변했다. 코미디 프로 「이경규가 간다」가 만들어낸 엄청난 변화다. 운전을 하다가도 횡단보도가 나타나면 흔히 농담삼아 한마디씩 한다. 『이경규 없나 잘 봐라』 하지만 정지선과 신호는 칼이다. 그러다보면 양보의 미덕도 생기게 마련. 「양심냉장고」를 타겠다고 그러는건 결코 아니다. 이러면서 운전습관이 바뀌고 교통문화가 향상된다면 좋은 일 아닌가. 오히려 이경규가 일궈낸 성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 코믹하게 구성하고 시민들을 놀리느냐 탓한다면 오히려 우습다. 「이경규가 간다」는 코미디 프로다. 그걸 탓하는게 되레 코미디 수준일 뿐이다. 재미를 주면서도 메시지마저 확실하게 전달한다면 꿩먹고 알먹기 아닌가. (천리안ID·WINDYMAN, 나우누리ID·0512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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