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할아버지 장례를 치를 때의 일이다. 경기도의 한 마을 뒷산에 선산이 있어 할아버지를 그곳에 모시기로 했다. 야트막한 동산인데 그 밑으로 농로가 있고 주변의 작은 마을에 몇몇 농가가 자리잡고 있다.
발인 전날 상주들이 그 마을 원로들을 찾아가 당일 예정 통로를 말하고 양해를 구했다. 동네 어른들 약주값이나 하라며 얼마간의 돈(30만원)까지 내놓고 왔다고 한다.
당일 협소한 길을 영구차가 간신히 전선을 피해가며 빠져 나오는데 10여명이 트랙터 1대와 트럭2대로 길을 막아놓고 절대로 통과하지 못한다며 버티고 있었다. 영구차 앞에서 짚단을 태우고 술을 먹어가며 팽팽히 맞섰다. 그야말로 얼토당토않은 집단이기주의였다. 그곳에 오전 11시가 못되어 도착했는데 몇시간 동안 꼼짝도 못했다.
오후 2시가 돼서야 간신히 타결이 돼 할아버지를 선산에 모실 수 있었다. 알고보니 다시는 그곳에 매장을 하지 않는다는 각서와 함께 전날의 30만원외에 1백만원을 더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그들은 자신들도 점심을 못먹었으니 10만원을 더 내라는 거였다. 유족을 상대로 한 너무 야박한 행위를 보면서 고인에 대한 슬픔보다 더 큰 아픔을 느꼈다.
박순녀(경기 양주군 광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