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哲(김현철)씨의 국회청문회 출석회피 전략이 담긴 그의 측근 젊은이들의 비밀문건은 우리를 아연케 한다. 현철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朴泰重(박태중)씨 집 쓰레기통에서 갈기갈기 찢어진 채 발견된 이 문건들은 여권에 대한 일방적인 주문, 그리고 야권에 대한 비열한 대응책까지 담고 있다. 구(舊)세대 뺨치는 추악한 음모정치 공작정치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문건을 보면 이른바 소산(小山)그룹 젊은이들은 국민의 분노에 아랑곳없이 아직도 권력을 떡주무르듯 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현철씨 목조르기로 정국운영의 이니셔티브를 쥐려는 야당의 음모」정도로 시국을 얕잡아 보았다. 여당 지도부 및 특위위원들이 한목소리로 대야(對野)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촉구하는가 하면 야당인사에 대한 폭로 맞불작전을 벌이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권력에 잘못 물든 그들의 비뚤어진 시국관과 정신상태가 한심스럽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문건의 작성 시기다. 문건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2.25대국민사과담화가 언급되고 비뇨기과 의사 朴慶植(박경식)씨의 이름이 낙서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대충 이달 초순경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철씨의 연합텔레비전뉴스(YTN) 인사개입에 관한 박씨의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된 때는 지난 9일이었다. 본보도 현철씨의 사조직인 「광화문팀」이 언론대책을 위해 지난 10일까지 활동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결국 「소산그룹 젊은이들」은 대통령의 참담했던 담화에도 불구하고 반성은커녕 이같은 문건까지 만드는 등 계속 발뺌만 하려 했다.
그들이 이러고 있는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주변 인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들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게 방치하거나 오히려 조장한 일부 집권층 내부 인사들도 한결같이 그들의 월권(越權)을 지탄한 직후라 더욱 어처구니없다. 나라가 지금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누구 때문인가. 그런데도 누구하나 그들의 거듭된 월권을 제지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직도 집권세력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신한국당 사무총장은 문제의 문건에 대해 『현철씨를 따라다니는 생각짧은 사람들이 작성한 것으로 무게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국정을 그만큼 어지럽힌 그들이고 보면 여당 사무총장의 말은 분명히 이치에 닿지 않는다.
이 나라 30대 젊은이들 대부분은 나라를 이끌어갈 세대에 걸맞게 자신과 사회를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소산그룹 젊은이들」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만 주고 있다. 「생각이 짧든」 어떻든 그들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 그런 삐뚤어진 젊은이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