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沈중수부장에 거는 기대

  • 입력 1997년 3월 24일 20시 11분


24일 취임한 沈在淪(심재륜)신임 대검중수부장은 후배검사들에게 『특수부검사는 증거가 있으면 끝까지 쫓아가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를 아끼는 검찰 선후배들은 심중수부장의 앞길에는 「산넘어 산」인 험로(險路)가 놓여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검찰내부에서 특수수사의 베테랑인 심중수부장에게 거는 기대는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정말 크다.이번 한보사건 재수사를 통해 대검중수부는 물론 검찰조직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기를 검찰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정말 어려운 시기에 중수부장을 맡게돼 중압감이 크다. 나를 믿으면 시간을 달라』며 신중하게 처신하고 있다. 과연 심중수부장이 핵심의혹으로 떠오른 현철씨의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설 등의 진위를 어느 정도까지 규명해낼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다나카(田中)전총리를 법정에 세운 일본 검찰의 록히드사건 수사는 한보재수사에도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76년 2월 미국 상원 외교위에서 터져나온 「록히드사가 일본정계에 30억엔의 로비자금을 뿌렸다」는 한마디 증언에서 비롯됐다. 즉시 도쿄지검 특수부는 수사에 돌입, 미국검찰 연방증권거래위원회 등과 사법공조를 통해 증거확보에 나섰다. 일본 검사들은 뇌물을 뿌렸다는 록히드사 간부의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태평양을 몇번씩 오가며 끈질기게 설득전을 폈다. 드디어 일본검찰은 이들의 설득에 성공, 수사에 착수한지 5개월여만에 다나카와비서관을 외환관리법위반 혐의로 구속한 것. 당시 도쿄지검 가와시마 가즈오(川島興)특수부장은 다나카를 기소하면서 험난했던 수사과정을 한마디로 털어놓았다. 『오로지 증거를 쫓아 여기까지 왔을 뿐이다』 심중수부장이 정치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록히드사건수사 당시일본검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증거를 쫓아 성역없이 수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검찰은 「권력의 편」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서는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를 맞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영훈<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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