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태기자] 지식에 대한 인간의 갈망과 그것을 제약하는 요소들을 살핀 에세이집. 서양 문학에 대한 해박하면서도 독특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인간에게 불의 비밀을 알려주지 말라는 제우스의 명을 어긴 프로메테우스, 금지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려 세상에 악을 만연시킨 에피메테우스 이야기는 지식의 전파, 궁금증과 금기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16세기초 종교개혁으로 신교가 형성되고 인쇄술이 발전, 「비정통」교리들이 퍼져나가자 1559년 「금서목록」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당시 정상급 지성 몽테뉴와 파스칼도 「수상록」과 「팡세」를 통해 인간의 호기심과 오만이 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저자는 자기 한계를 넘는 업적을 세우려는 「파우스트」와 과학자의 과도한 욕망의 산물인 「프랑켄슈타인」에 대해서도 지식의 금기를 뛰어넘으려 한 도전으로 꼽고 있다.
멜빌의 「빌리 버드」와 카뮈의 「이방인」은 어떠한가. 『빌리 버드는 자신의 동료선원을 죽였지만 피살자의 모함 속에 고통받았던 자, 뫼르소(이방인)는 무의식 속에 살인은 했지만 가난하고 야심 없고 고통받는 자. 이들의 사정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우리는 「죄악의 불가사의」에 빠질 뿐이다』
미국 비평가협회장을 맡고 있는 저자 샤툭은 해박한 서양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독자를 흡인한다. 그는 이 책 2권에서 인간게놈프로젝트와 원폭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면서 앎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인상이다.
로저 샤툭 지음/조한욱 옮김(금호문화·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