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38)

  • 입력 1997년 3월 28일 08시 13분


제7화 사랑의 신비 〈24〉 그렇게 하여 파리자드는 마녀의 우물을 찾아 출발했다. 일곱개의 산을 넘고 일곱 개의 강을 건넜을 때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지척을 분간할 수 없었고, 심하게 바람까지 불어 음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제 다 왔습니다. 다 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마녀의 화원 입구에 와 있는 것입니다. 이제 성자의 식초병을 열어 코에 대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러나 마법의 우물로 가는 길은 똑바로 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똑바로 이천팔백오십칠 걸음을 걸어가십시오. 그리고 직각으로 오른쪽으로 꺾어 가십시오. 만약 이천팔백오십칠 걸음보다 한 발짝이라도 더 가서 꺾거나 덜 가서 꺾으면, 그리고 직각으로 꺾지 않고 비스듬히 꺾으면 길에서 벗어나 화단 안으로 들어가버리거나, 독이 강한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가버리거나, 혹은 늪에 빠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발걸음 수를 정확하게 헤아리면서 걸어가야 합니다』 파리자드는 말하는 새가 일러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하여 머릿속에 새겨듣고 있었다. 말하는 새는 계속해서 말했다. 『오른쪽으로 꺾은 뒤에는 다시 똑바로 사천이백이십사 걸음 걸어가십시오. 그리고 다시 직각으로 왼쪽으로 꺾어 칠천육백삼십 걸음을 걸어가서는 일단 걸음을 멈추십시오. 그 지점을 두고 마녀는 흔히 「미궁의 입구」라고 부른답니다. 왜 마녀가 그 지점을 그렇게 부르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는 길이 어떻게 나 있는지 저도 잘 모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다만 한가지, 거기서부터는 우물에 매달린 두레박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그 소리를 표준삼아 찾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파리자드는 말하는 새가 일러준 사항들을 모두 머릿속에 새긴 뒤 이젠 알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말하는 새는 그녀를 제지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당신이 잊어서는 안될 사실이 또 있습니다. 돌아올 때는 갈 때와 정반대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갔던 길을 잘 기억해두지 않으면 당신은 마녀의 화원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날이 밝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파리자드는 말하는 새를 향하여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성자의 식초병 마개를 뽑아 코에 대었다. 그리고는 한발짝 한발짝 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그녀의 앞에는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과 음산한 바람 뿐이었다. 이천팔백오십칠 걸음을 걸어갔을 때 파리자드는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리고 다시 사천이백이십사 걸음 걸어간 뒤 왼쪽으로 꺾었다. 그리고 다시 칠천육백삼십 걸음을 걸은 뒤 멈추어섰다. 거기가 바로 흔히 마녀가 「미궁의 입구」라고 부른다는 곳이었다. 어둠 속에 걸음을 멈추고 서서 파리자드는 귀를 기울여보았다. 그러자 저 멀리 어디에선가 달그랑 달그랑 두레박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너무나 미세하여 어느 쪽에서 들리는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좀더 자세히 듣기 위하여 파리자드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오랜 뒤에야 파리자드는 그 소리가 들리는 쪽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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