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기자] 요즘 세상에도 심봉사 눈뜨듯이 장쾌하고 후련한 일이 있을까. 장구와 대고(大鼓)의 강타속에 천지가 확 밝아진다.
『아이고 꿈이냐 생시냐 내가 눈을 떴네…』 심봉사(윤충일 분)의 절절한 창에 연출가 김효경씨가 순간 제동을 건다. 『심봉사, 눈을 떴다는 양반이 왜 아직 눈을 감고 있어요』 순간 폭소가 터진다. 국립창극단(단장 전황) 정기공연 「효녀심청」연습이 한창인 국립극장 연습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줄거리를 줄줄 욀만한 심청가다. 창극 무대로도 여러번 올려졌다.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까.
『물론입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생생함과 환상을 드릴 생각입니다』 연출가 김씨의 말.
그는 심청이 인당수에서 몸던지는 장면부터 용궁에 도달하는 장면까지를 전곡의 극적 포인트라고 설명하며 『여러가지 새로운 효과를 주어 볼거리가 풍성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왕기석씨와 번갈아가며 심봉사역을 맡은 윤충일씨는 20여년간 희극적 단역만 맡아 「독보적 각설이」로 불려온 소리꾼.
윤씨에 비해 젊은 연배이면서도 줄곧 주역으로 활동해온 왕씨는 『윤선배가 없는 무대는 흥을 잃어버린다』고 추켜세웠다.
한무대에 세명의 심청이 오른다는 것도 관심거리.
어린 시절은 권미형, 인당수에 뛰어들때는 유수정 정미정이, 황후가 된 심청은 안숙선이 연기한다.
『심청역은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팔려가는 대목부터 물에 빠질 때까지 20분가량을 혼자 소리로 끌고 가거든요』 유수정씨는 『서양 오페라에 이정도 길이의 아리아는 없을 것』이라며 웃음지었다. 「효녀심청」은 내달1일부터 6일까지 평일 오후7시반, 토 일요일 오후4시에 국립중앙극장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02―274―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