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언론은 변화되는 가치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실로 민주화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 언론의 활약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우리 언론에도 어두운 부분이 있다.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의 폐해도 크기 때문이다. 그 역기능은 보도의 책임문제로 요약된다.
솔직히 우리 언론은 자극적이고 신속한 보도에 비해 이해당사자의 균형있는 의견 게재나 결과에 책임지는 보도에는 등한시하지 않았나 싶다. 그 결과 일방주장의 게재에 의한 명예실추나 국민 전체의 상호신뢰 상실 등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언론사도 기업이다. 시장경제의 속성에서 벗어날 수야 없겠다. 기업이 광고를 하거나 멋있고도 신속히 소비자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노력은 분명 시장경제의 활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광고에 미달하는 제품을 팔고 또 사후에 책임지지 않는다면 소비자 고발의 대상이 돼 마땅하다.
세상을 움직이는 두가지 사상이 있다. 그 하나는 규제와 보호의 사상이며 다른 하나는 자율과 평가의 사상이다. 규제와 보호는 계획경제 관료주의 등으로 대변되는 사전통제 시스템을 뜻한다. 반면 자율과 평가는 시장경제 자유기업으로 대변되는 사후평가 시스템을 의미한다. 발전초기의 단순한 세계에서는 사전통제가 효과적일 수 있으나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사후평가가 효율적이다.
우리 언론의 경우 규제로부터 자율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사후평가 체계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한 게 문제의 핵심이다. 말하자면 통제는 사라지고 평가가 정립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책임지지 않는 풍토다. 이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위험한 셈이다.
흔히 자율에 따른 사후평가가 사전통제보다 느슨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후평가는 분명 사전통제보다 더 무섭다. 공산국가에 비해 자본주의 국가의 기업경영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기업의 부도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소비자에 대한 사후평가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언론이 보도의 진실성을 추구하는 이유도 사후평가의 무서움 때문 아니겠는가. 언론도 소비자에 의한 평가가 필요하다. 언론이 불량기사를 책임질 때 이땅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선진한국의 가장 중요한 초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민화<㈜메디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