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기자] TV는 패션이다. 그리고 유행은 돌고 돈다.
한때 범람하던 성인 대상의 심야 토크쇼가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고 요즘은 노장들이 등장하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매주 일요일밤 방송되는 「이주일의 코미디쇼」(밤11.00)는 70∼80년대 즐비하던 나이트 클럽 밤무대와 70년대식 코너 코미디를 알맞게 버무려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로 자리잡은것 같다.
화면이 열리자마자 화려한 숄을 걸친 무희들이 나타나 춤을 춘다거나 붉고 푸르게 돌아가는 조명들이 밤무대를 연상케한다. 유랑극단 출신으로 TV에 진출했던 코미디언 이주일은 과거 유랑극단 형식을 많이 TV에 옮겨놓았다. 두사람의 개그맨이 진행하는 「음악만담 허튼소리」코너는 옛날 인기있던 장소팔 고춘자의 만담을 닮았다. 미국간 아들 딸 문제, 고속도로에서 기름이 떨어진 자동차 등 소재를 현대적으로 바꾸어 「옛날식 만담」을 그리워하는 시청자와 최근 소재를 원하는 이들을 만족시킨다.
술집 「서울옥」을 고정 시추에이션으로 설정한 시사풍자극장에는 부도난 가게, 적자에도 불구하고 비자금을 빼서 날마다 골프치다가 망한 사장 등 요즘 세태를 비유하는 풍자들이 많지도 적지도 않게 등장한다. 개편전 이주일 혼자 화제의 인물을 데려다 버거운 대화를 진행하던 때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알차졌다.
툭하면 『야』 『얘』 고성을 지르고 『사과로 때려죽이고 싶다』 『너 애낳니』 등 속된 표현들이 많은 것을 제외한다면 이 프로는 TV가 지나치게 10대화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몇안되는 프로그램의 하나다.
코미디가 10대 대상과 중장년 대상으로 세분화된 것처럼 방송이 지식을 원하는 소수 시청자를 위해 좀더 다양해지고, 공영방송은 공영방송답게 민영방송은 민영방송답게 되어 「바보상자」라는 비난을 면하는 날은 언제 올까. 특정 유행이 휩쓸 때도 개성을 살리는 것이 패션의 기본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