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잊혀져가는 「만우절」

  • 입력 1997년 4월 1일 19시 51분


[이현두 기자] 서울시 소방본부 상황실. 과거 만우절의 최대 피해처로 매년 4월1일만 되면 직원들 모두가 「만우절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던 곳이다. 그러나 1일 만우절을 맞은 이곳은 오히려 적막할 정도로 평온한 모습이었다. 이날 접수된 신고건수는 평상시 수준인 9백여건 정도. 간혹 걸려오는 초등학생들의 장난전화만 이날이 만우절임을 일깨워줄 뿐이다. 과거 만우절이면 서울시내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긴급출동차량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도 이제는 과거의 추억이 돼버렸다. 이날 상황실을 지키고 있던 대원들은 『90년대 들어오면서부터 만우절 장난전화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특히 성인들의 장난전화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 대원은 『세상이 점차 각박해지며 사람들의 의식속에서 만우절 자체가 잊히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 대원은 『요즘 대형사건 비리사건 등 거짓말같은 일이 하도 많이 벌어져 자신이 직접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일이 많은 것도 만우절을 잊게 하는 요인중의 하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극심한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는 일반 직장에서 더욱 심해 동료들간의 짓궂은 거짓말로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던 과거 만우절 풍속도는 이제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회사원 趙世龍(조세용·32)씨는 『부도를 내는 기업이 속출하는 데다 곳곳에서 명예퇴직의 찬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한가롭게 거짓말로 남을 골탕먹일 여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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