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밝은 일본」찾기의 모순

  • 입력 1997년 4월 1일 19시 51분


요즘 일본 서점가에서는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끼여 있다. 모 신문사가 장기 연재물을 묶어 자유주의사관연구회란 이름으로 펴낸 이 책은 제목만 보아도 무얼 말하려는지 쉽게 짐작이 간다. 「관동대지진때 조선인을 지킨 경찰서장」 「조선에 거대한 댐을 만든 토목기술자」…. 전후의 일본 사관을 「자학(自虐)사관」으로 규정한 이들은 자랑스런 일본을 되찾아야 한다고 선언하고 4월 신학기부터 사용하는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게재된 「군위안부」 내용도 삭제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군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더구나 군이 관여했다는 것은 허위여서 이를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밝은 일본 의원연맹」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 소설가 만화가도 참여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의회도 가세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이들의 요구에 대해 최근 아사히신문이 쐐기를 박고 나섰다. 「일 정부로서는 출판사가 기술한 내용에 대해 기준에 적합한지 심사할 뿐이다」 「직접 강제연행했다고 기술한 책은 없으며 그 내용이 지난 93년 정부가 발표한 공식담화 내용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담화 발표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와의 인터뷰를 통해 『군이 모든 것을 장악하던 시절 법에 따라 살 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됐겠는가』라며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자신들이 저지른 부끄러운 옛일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상업행위」 「공창(公娼)」 운운하며 정당화하려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윤리관 가치관과는 동떨어져 있다. 일본의 일부세력들이 「종군위안부」에 대해 자신있게 할 말이 있으면 「우물안」에서만 맴돌지 말고 국제무대로 떳떳하게 나서 주장을 펴야한다는 생각이다. 유엔 안보리상임이사국이되기 위해 그렇게 열을 올리는 일본이 인권위원회 언저리에는 왜 발걸음을 하지 않는지 묻고싶다. 윤상삼<동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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