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학기에 남편이 모대학 대학원에 입학했다. 맞벌이를 하고는 있지만 한학기에 수백만원하는 입학금은 결코 가벼운 금액이 아니었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흔히들 요즘 대학원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인맥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등록금 외에 들어가는 부수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며칠전 수업을 마치고 늦게 귀가한 남편이 축 처진 어깨로 신입생 자축 회비 5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회장은 5백만원, 부회장단은 1백만원, 기타 간부급은 50만원이며 일반학생도 10만원씩 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중심가의 고급호텔 스위트룸을 빌려 부부동반으로 참석, 남자는 정장에 여자는 한복을 입어야 하며 참가자에게는 3∼4만원에 해당하는 기념품을 나눠줄 계획이라고 한다.
1백50여명이 3천만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축하파티를 연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 계속되는 불황의 여파로 매일 도산하는 기업들이 수도 없다는데 소위 대한민국의 최고교육과정을 수료하는 사람들이 수천만원씩 들여 자신들의 위치를 확인하며 자축파티를 연다니 과연 이 나라 엘리트들의 허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며칠 남지 않은 기한까지 50만원의 회비를 내고 시끌벅적하게 벌이는 자축 환영회에 참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이주현(서울 광진구 구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