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국내 첫 여성 축구심판 임은주씨

  • 입력 1997년 4월 3일 07시 58분


한국축구 1백년사의 첫 여성심판으로 지난1월에는 국제심판 자격증도 딴 임은주씨(31). 많은 축구계 인사들은 그를 가리켜 『체육계에 물건 하나 나오겠다』고 말한다. 청주사대 재학시절에는 필드하키 국가대표선수로, 졸업후인 90년에는 북경 아시아경기와 북한 통일축구대회에서 여자축구 국가대표선수로 뛰었다. 그리고 이화여대 축구팀 코치에 이어 93년말 국내 홍일점 축구심판이 됐다. 『여자선수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갈 곳이 없어요. 코치 감독이 된다는 것도 바늘구멍이지요. 선배들이 사회에 나가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는 88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한국사회체육센터 강사로 취직, 수영과 윈드서핑을 4년여 가르쳤다. 그러면서 「미래를 위한 저축」으로 에어로빅 스포츠마사지 응급처치 등 18개의 사회체육관련 자격증을 억척스레 따냈다. 90년 북경과 평양을 다녀온뒤 장래계획을 교수로 설정, 92년 이화여대 체육교육 대학원에 입학했다. 공부를 하면서 이대 축구팀 코치도 맡았다. 그러나 뭘 해도 「똑 부러지게」 해내야 하는 성격 때문에 코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 심판공부를 시작했고 내친 김에 심판시험에 도전했다. 『94년부터 초등학생 게임을 보기 시작했어요. 아이들 경기니까 즐기면서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홍일점」이라고 주변에서 너무 많이 도와주는 바람에 이제는 아예 본업이 돼버린 셈이지요』 그는 지난해 1백50게임이나 심판을 봤다. 대학이나 실업팀 심판을 보려면 초중고교 게임에서 7년여의 경력을 쌓아야 하는데도 그는 2년도 채안돼 실업팀 심판으로 진출했다. 축구협회의 배려로 미국 시카고에서 석달동안 아마추어 실업팀 심판도 봤다. 『심판위원장께서 지난해 3월 저를 실업팀 심판으로 처음 내보내면서 청심환을 드셨대요. 내보내기는 했는데 제 경험이 짧으니 얼마나 불안했겠어요. 그런데 경기도중 선수들도 여자심판이라고 알아서 자제를 하더라구요. 선수가 제 말을 잘 안들으면 감독이 불러서 선수를 야단치고. 저의 오늘은 선배심판과 선수 코치 감독이 모두 애써서 만든 셈이지요』 그는 오는 20일 말레이시아에서 신규국제심판 순위테스트를 받은 뒤 세계대회로 진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제심판이 그의 최종목표는 아니다. 내년에 미국에 유학,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하고 2002년 월드컵에서 스포츠행정가로 한몫 한뒤 강단에 서는 것이 그의 10년 계획표다. 〈신복예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