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관광지주변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돌면서 이것이 한국의 전부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그런 외국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진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국내 오지(奧地)여행만을 안내하는 「트렉(Trek) 코리아」 대표 이승건씨(40). 본업이 치과의사인 이씨가 오지여행에 눈뜬 것은 지난 92년 「트렉 아메리카」란 여행사를 통해 2주짜리 미국여행을 다녀온 것이 계기였다. 밴을 타고 라스베이거스부터 거친 황야까지 서부일대를 누비면서 파도타기나 승마도 배우고 산악자전거로 이동하기도 하면서 전에 느끼지 못한 「진짜 여행」의 맛을 볼 수 있었기 때문.
대학시절엔 조정선수도 했고 암벽등반도 즐긴 활동파 이씨는 그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승용차를 봉고로 바꾸고 주말이면 여행안내서와 지도 한장만 들고 전국을 누볐다. 그러다 지프여행을 즐기던 박노익씨(36)를 우연히 만나 의기가 투합, 지난해 3월 「트렉 코리아」를 차렸다.
12인승 밴이 전재산. 직원은 자기까지 3명뿐. 값이 싸면서도 자연 문화 모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 외국인들이 접하기 힘든 비경과 문화유적지 코스를 다양하게 개발했다.
편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은 사절한다. 「보는 여행」이 아니라 「체험하는 여행」이 될 수 있게 야영이 원칙이다. 밴에 텐트와 취사도구를 싣고 다니며 배낭 차림에 산악도 오르고 급류타기도 한다.
한팀은 보통 10명. 외국인들과 섞여 여행할 수도 있다. 영어가이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아직은 병원에서 번 돈을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몇차례 한국을 다녀간 스위스항공 승무원들을 영월의 동강으로 안내했더니 감탄하는 것을 보고 가슴 뿌듯했습니다. 한국이 더 넓어 보인다고 하더군요』
아직은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 그러나 곧 인터넷에 홈페이지도 만들고 세계여행안내서에도 홍보할 계획이다. 이씨는 최근 서울 신문로 2가에 외국인용 숙소를 갖춘 사무실을 새로 열고 「한국 알리기」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이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