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승주 선암사]겹벚 꽃타래『꽃비 후두둑』

  • 입력 1997년 4월 3일 08시 27분


이 화창한 봄날에 문수보살의 다소곳한 안색을 떠올림은 짧은 불심마저 없는 속세의 범부일지라도 그 속내가 기특할 뿐이다. 지난해 봄 선암사 경내에 심은 겹벚나무(八重櫻·팔중앵) 아래에서 꽃비를 맞던 아이들이 내지르던 탄성과 그 찬란한 풍경이 못내 잊히지 않아 다시금 이곳에 마음을 둔다. 섬진강 맑은 물이 훑어 지나간 미향 순천에서 개천 하나가 흘러 나와 내를 이룬다. 그 발원지를 찾아 발길을 옮기면 틀림없는 조계산 자락이다. 거리는 20㎞쯤. 얕으막한 계곡의 오른편 괴목마을을 지나 선암사 사찰 아래 마을로 이르는 도로를 따라 차를 모니 봄기운에 어깨가 나른하다. 주차장에 차를 버리고 숲길로 접어든다. 조계산은 불교 조계종의 중흥지. 조계산종이 여기서 연유했고 조계종이 여기서 탄생했다. 이 산에 승보사찰 송광사와 운치의 절정을 구가하는 선암사가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일 리가 없다. 「산 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 무얼 그리 갈래갈래 깊은 산속 헤매나…」. 김태곤이 부른 「송학사」 노랫가락이 입가에서 절로 나온다. 신선이 오르고 신선이 내린 바위를 터로 삼은 선암사. 이리로 오르는 산길은 이 노래가 여기를 염두에 두었다고 생각케 할만큼 운치가 담을 넘는다. 아직은 산길을 덮은 육중한 수음(樹陰)이 겨울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길 왼편 계곡을 흐르는 섬섬옥수는 화사한 봄기운을 실어 오고 있었다. 그 계곡이 사람 두 키 정도로 깊어질 참에 계곡을 무지개처럼 가로지르는 승선교가 현신한다. 감탄사를 지르긴 아직 이르다. 신선이 오른 다리는 신선이 내린 강선루와 함께 보아야 제격이다. 다리를 건너 계곡 아래로 내려가 다리를 올려다 보라. 마치 이승의 피안에서 자비의 광명을 비추는 관세음보살처럼 다소곳이 다리 아래 타원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아담한 정자 하나를 보게 될 것이다. 강선루를 지나면 이내 일주문이다. 경내로 발걸음을 들여놓으니 강선루 승선교에서의 감흥은 오히려 속세적이다. 허다한 관광사찰에서 보았던 말쑥함이나 곧고 바른 현대식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다. 조계산 기슭을 배경으로 서로 이를 물고 서 있는 수많은 당우는 고색창연한 옛모습 그대로다. 손댄 흔적 없이 오롯이 남은 대웅전과 천불전, 장경각의 고태는 엄숙 장엄 그대로다. 그런 당우 65동이 한국전쟁통에 20동으로 줄었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가람으로서의 체통을 면면히 유지하니 안심이다. 국사전에 걸린 도선 서산 두 고승의 진영이 탱화로 남은 것 또한 다행이다. 4월이면 함박꽃을 피우는 겹 벚나무 몇 그루도 선암사의 보물이다. 그 꽃이 비가 되어 내리는 날, 봄은 윤회의 사슬에 매여 부도전의 석탑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승주〓조성하기자〉 ▼선암사 가는 길 「나들이 길은 고생길」. 이제는 공식처럼 된 말이면서도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봄나들이라면 「좋지」하며 당장이라도 떠날 듯이 신나게 계획을 세우다가도 이내 막히는 고속도로를 생각하면 짜증이 나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이런 「변칙 공격」은 어떨까. 승용차 대신 전세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마음에 맞는 동료나 친구가족과 함께 모처럼 버스안에서 단란하게 이야기꽃도 피우면서…. 주말이라면 더 좋다. 버스전용차로가 열리니 쌩쌩 달리면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승주(고속도로 구간만 3백87㎞거리)까지 전세버스로 여행을 떠날 경우 경비를 알아보자. 1박2일 차량임대비 90만원(부가세포함)에 고속도로이용료 2만4천4백원(왕복), 얼마간의 운전기사 수고비 등 1백만원 가량이 든다. 4인기준 열 가족이 함께 떠난다면 교통비는 가족당 10만원씩 돌아가는 셈이다. 승용차로 가면 휘발유 80ℓ(6만7천원) 이상에 고속도로이용료(왕복 2만1천8백원)등 10만원 가량이 든다. 전세버스편과 맞먹는다. 게다가 왕복 10시간 이상을 시달리는 운전 품도 벌고 버스전용차로로 지체 없이 빨리 상경할 수 있다는 점, 또 버스안에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승용차 여행은 아무래도 손해다. 전세버스는 각 관광회사에 문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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