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은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게 되지요』
한국화가 원문자씨(53·이화여대미술대 교수)의 먹예찬론이다.
한지에 먹을 즐겨 그려온 원교수가 제8회 석주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돼 4일부터 11일까지 수상기념전을 갖는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02―734―0458).
석주미술상은 여류조각가 윤영자씨가 교육현장을 떠나면서 받은 퇴직금을 기금으로 설립한 상. 회화 조각 판화 공예 평론 등 미술 각분야에서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이는 여류작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전통적인 한지작업을 하면서 한국화의 현대화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국전에서 국회의장상(70년)과 대통령상(76년)을 받은 역량있는 작가다.
이번 수상기념전에는 한지를 떠 먹만 사용해서 만든 흑백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 원교수는 『먹이 갖는 의미는 굉장히 깊고 넓다』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인간내면의 영적인 세계, 죄악, 혼탁함속에도 악에 물들지 않은 깨끗함…,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시절부터 도자기 등 우리 전통의 골동품에 빠졌다는 그는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찾는 의미에서 한지작업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오래된 우리 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랜 풍상속에서 생기는 「삭힘」같은 것이지요. 우리 얼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송영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