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주오봉산「女根谷」불…『재앙징조』 주민불안

  • 입력 1997년 4월 3일 09시 40분


『여근곡(女根谷)을 건드리면 재앙이 닥친다는데…』 지난달 30일 발생한 경북 경주시 건천읍 신평리 오봉산 산불로 인해 인근마을 주민들이 큰 걱정에 휩싸여 있다. 이 불은 경북도 비지정문화재인 여근곡에까지 미쳐 계곡의 울창한 수목 14㏊(4만2천평)를 태웠으며 재와 불기가 계곡안으로 스며들어갔다. 특히 계곡 아래쪽에 위치한 옥문지(玉門池)의 제방에도 불길이 덮치면서 주민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생김새가 여성의 성기와 비슷하다 해서 여근곡으로 이름붙여진 이 곳은 예로부터 마을주민들 사이에 『여근곡에 이상이 생기면 동네처녀들이 바람나는 등 변고가 생긴다』는 등의 소문이 전해오고 있다. 특히 삼국유사에는 신라 선덕여왕때 신라를 침입한 백제군 5백여명이 이곳에 숨어있다가 이를 미리 탐지한 신라군에 몰살당한 기록이 남아있으며 선덕여왕은 이때 『남근(男根)이 여근(女根)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기 때문에 백제군들이 패할 줄 미리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일제시대 당시 경주군의 한 면장이 이곳의 나무를 벌채했다가 마을주민들이 『여체의 상징인 이곳의 나무를 베는 것은 가장 중요한 체모를 깎아버리는 것과 같다』며 거세게 들고 일어나는 「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건천읍 신평2리 朴道燮(박도섭·53)이장은 『마을 노인들이 이번 불로 마을에 재앙이 닥칠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 여근곡 일대에 나무를 심는 등 하루빨리 화마(火魔)의 흔적을 지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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