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고인의 몸은 이 세상을 떠났지만 의로운 그의 정신은 세상을 따뜻하게 비출 것입니다』
지난 1월10일 소매치기범과 격투를 벌이던 경찰을 구하려다 범인의 흉기에 찔려 세상을 떠난 李根石(이근석·당시 24세·상업)씨의 추모비 제막식이 2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액세서리가게 앞에서 있었다.
가까이서 이를 바라보던 李儀善(이의선·62·여·부동산업·서울 강남구 역삼동)씨의 가슴은 쿵쿵 뛰었다. 이씨의 의로운 죽음을 알고 趙淳(조순)서울시장에게 바로 편지를 보내 추모비를 세우자고 했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이씨에 관한 동아일보기사를 읽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별 생각도 없이 조순시장께 편지를 썼지요. 고인을 비롯해 그동안의 의인들을 기리는 추모비를 세워 의로운 정신을 새겨보자고 말이죠』
추모비 건립 기금 5만원을 동봉한 이씨의 편지는 즉각 효험을 발휘, 조시장은 의인추모비 제작을 약속하고 실행에 옮겼다.
『사건 직후 백병원을 찾아 고인의 유가족들에게 절하고 위로하는 시장님의 모습을 보고 제 부탁을 반드시 들어줄 것으로 믿었습니다. 의로운 일을 한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한 기분입니다』
추모비 장소도 역시 이씨의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면서 고인의 뜻을 기리는 데는 사건의 현장 부근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명동에 추모비를 세우자고 건의했다는 것.
이씨는 『못다핀 청년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기억해 주는 것은 산 사람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