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 EQ세계]「화」잘 삭이면 감성지수 높인다

  • 입력 1997년 4월 4일 08시 43분


자신이 학창시절 공부를 못했다는 사실에 열등감을 갖고 있는 정기엄마는 두 명의 자식 만큼은 잘 기르겠다는 강한 소망과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정기엄마에게는 아이들을 마구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버릇이 있었다. 방송 신문 잡지에서 보거나 읽은 대로아이들에게 책도 많이 읽어주고바깥나들이도 함께 하며 대화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지만 아이들에게 성내는 행동을 줄일 수는 없었다. 어느날 정기엄마는 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조금만 일어나도 신경질적으로 큰소리를 지르거나 옆에 있는 동생 또는 누나를 때리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왜 나는 화가 나기만 하면 사랑하는 자식들을 때리는 것일까』 곰곰 생각해본 정기엄마는 엄마에게 맞고 살았던 어린 시절과 함께 아이들을 패주고 나면 한편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었던 사실을 떠올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때부터 정기엄마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 때마다 『야, 지금 엄마 옆에 오지 말아. 엄마 지금 화나려고 하거든. 너를 때릴지도 몰라』하며 아이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유치원 다니는 정기, 초등학교 3학년인 정기 누나 모두 신통하게도 엄마 혼자 화를 삭이도록 시간을 주면서 자기들끼리 놀거나 책을 읽었다. 엄마가 화를 혼자 삭인 후 아이들을 다시 부를 때도 있고 엄마의 표정이 풀어진 것을 보고 아이들이 다가온 경우도 있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우리 엄마가 참 좋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맞고 자란 사람은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자신의 무의식적 분노를 폭발시킨다. 그 대상이 자신의 자녀일 때가 많다. 정기엄마처럼 강한 의지를 갖고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면 아이들의 EQ는 자연히 높아진다. 이원영(중앙대·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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