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근교의 비교적 조용한 농촌 산기슭에 자리잡은 건물에 사무실이 있다. 옛 선인들이 심고 가꾸어 놓은 청단풍과 홍단풍 나무가 있고 수백년 자란 은행나무 한그루가 담옆에서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로 자라고 있다. 덩그렇게 나뭇가지만 있던 은행나무 꼭대기에 어느날 까치 한쌍이 정답게 앉아 수일간을 살피다가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까치가 집을 짓는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토목기술을 담당하는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이 만든 건물이 폭삭 내려앉거나 도괴되기도 하고 성수대교 등 수십개의 교량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일개 날짐승인 까치가 만들어 놓은 까치집은 어떠한 폭풍이나 비바람에도 파괴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까치는 며칠간 기다리다가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을 택하여 집을 짓고 있었다. 나뭇가지가 세차게 흔들리는 속에서 두마리의 까치가 필사적인 힘을 다하여 나뭇가지를 물어 날라 은행나뭇가지 사이에 차근차근 엮어나가고 있었다.
다음날 바람이 멈추고 나뭇가지가 숨을 죽이듯 조용했다. 그런데 까치는 작업을 중단하고 쉬기만 했다.
며칠 뒤 바람이 부니 다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 얼마나 지혜로운 동물인가. 인간은 자만심을 버리고 이 미물인 까치에게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환(광주시 도로안전관리사업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