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첫 무대경험이었다는 연극공연 「리타 길들이기」가 끝난뒤 전도연(24)의 눈은 빨갛게 젖어 있었다.
『좀더 잘할 수 있었는데…속상해요. 점심먹고 최종 리허설 하면서부터 덜덜 떨리기 시작했거든요. TV카메라 앞에서는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는데…』
그러면서도 전도연은 관객의 숨소리까지 함께 느끼며 연기하는 연극무대가 이렇게 매력적일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리타라는 여자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알고만 싶은 스물여섯살의 미용사. 문득문득 「지금의 나는 내가 바라는 내가 아니다」싶어질 때마다 『나를 바꾸느니 옷이나 한벌 사고 말지. 그건 쉬우니까』했던 여자다. 그러나 『이게 다냐? 이렇게 살다 죽는거냐?』하는 의문을 견디지 못하고 개방대학에 들어가 공부하기 시작, 스스로가 되고 싶은 모습으로 놀랍게 변신한다.
『진흙속의 진주같은 여자죠. 자라온 환경탓에 갈고 닦지는 못했지만 좀더 나은 삶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정말 닮고 싶은 인물이에요』
역할이 마음에 들어 개런티도 묻지 않고 연습을 시작했다는 전도연은 덕분에 「혀짧은 소리」를 고치게 됐다. 인물분석 대사 처리 등을 익힌 것도 큰 도움이었지만 연출자 강영걸씨로부터 배운 「여배우는 여우가 돼야 한다」는 가르침은 피가 되고 살이 됐다. 지금까지 귀엽고 깜찍한 탤런트로만 알려졌으나 이제는 당당하게 자기 인생을 개척하는 배우로 서고 싶다고 했다.
『대사중에 유행가 말고 「더 좋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부분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는 그는 『리타처럼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하고 있어요. 리타 역할이요』
서울 동숭동 하늘땅 소극장 2관에서 무기한. 02―764―5087
〈김순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