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혜대출비리와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주춤거리고 있다.
검찰은 당초 은행장 등 은행임직원들의 업무상 배임혐의를 밝혀내 처벌한 뒤 고위공무원 대출압력 수사→정치인 뇌물비리 수사→「몸체」수사 등 단계별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검찰은 또 수사중에 수사사령탑이 교체되는 수모를 겪은 만큼 이번에는 이 사건의 「몸체」를 파헤치고야 말겠다며 강력한 수사의지를 표현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1단계인 은행 임직원들에 대한 처벌단계부터 멈칫거리고 있다.
검찰은 재수사 착수 당시 조사결과 은행임직원들이 부실대출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대출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업무상 배임혐의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비록 대출의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부도가 우려되는데도 대출을 강행한 것은 명백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검찰이 당시 업무상 배임혐의에 대한 국내의 판결문 뿐만 아니라 일본 등 외국의 판결문까지도 광범위하게 수집, 검토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주초부터 제일 외환 서울 등 5개 은행 임직원 40여명을 소환조사한 결과 일부 은행의 은행장과 임원 등 고위간부들의 업무상 배임혐의를 확인한 상태다.
앞으로 관련자들의 소환 및 형사처벌이라는 다분히 형식적인 절차만이 남아 있는 셈이다. 검찰은 따라서 당초 이번 주말경 은행장 등을 소환, 형사처벌할 방침이었다.
오는 7일부터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 등 1차 수사 때 구속기소한 피고인들에 대한 청문회가 9일간 예정돼 있는 만큼 이번 주말이 최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검찰은 그러나 최근 일각에서 「한보수사도 좋지만 파국지경에 이른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크게 당황해하고 있다.
1차 수사 때 3개 은행장을 형사처벌한 마당에 추가로 은행장들을 형사처벌할 경우 국내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신용도가 크게 떨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추가 형사처벌 반대론자들의 주장.
검찰은 현재 겉으로는 여전히 이같은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검찰은 형사처벌 반대주장에 대한 언론과 국민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소환시기와 형사처벌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내부적으로는 은행임직원들에 대한 불구속처리를 적극 검토하는 등 당초 구속방침에서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후진적 사고」라며 일축하던 초기 모습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범위와 처벌강도는 국민여론의 향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종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