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패트리어트 꼭 사야하나

  • 입력 1997년 4월 4일 19시 56분


미국의 코언 신임 국방장관과 샬리카슈빌리 합참의장의 다음주 방한(訪韓)을 앞두고 패트리어트 미사일 구매문제가 또 불거져 나왔다. 코언장관 방문은 취임후 의례적인 순방이고 샬리카슈빌리 의장은 퇴임인사차 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양국간에는 이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구매문제는 北―美(북―미) 제네바 핵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94년 초 이미 격렬한 논란을 거쳤던 사안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 미사일의 성능과 한반도의 지형조건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주한 미군 자체에만 배치되어 있는 무기다. 3년전에 일단 그렇게 결론이 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약 7억달러가 들어갈 우리의 대공미사일 시스템 구축 계획 때문이다. 현재는 패트리어트와 러시아의 S300 미사일이 구매대상에 올라 있어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 미사일을 선택하든 무기의 성능과 가격 그리고 우리의 무기체제나 상대국가와의 관계 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한 국가의 일방적인 압력이나 강요에 의한 구매는 주권국가의 자존심과도 연관이 된다. 때문에 우리는 「미국측이 한국측에 러시아제 미사일 구매를 자제토록 요청중」이라는 보도를 주목하는 것이다. 미국이 자기들의 미사일을 사라고 주장하는 데는 물론 그럴만한 근거가 있다. 한국이 미국의 전역(戰域)미사일 방어체제(TMD)안에 들기 위해서는 무기체제가 미국의 그것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 TMD안에 무기체제가 다른 러시아의 S300미사일이 배치되면 작전시 혼돈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러시아 미사일의 도입은 한미 양국군의 공동작전 능력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미국 관리들의 얘기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미국측이 우리에게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강매」하려는 듯한 자세를 보인다면 큰 잘못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한(對韓)통상압력 때문에 우리 국민의 대미(對美)감정이 악화되어 있다. 미국측이 패트리어트 구매요청을 계속할 경우 국민은 이를 미국의 또다른 통상압력으로 여길 것이다. 더구나 이 미사일 생산업체인 미국의 레이티언사(社)는 미사일 판매를 위해 미 의회와 행정부에 엄청난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행정부가 한 무기회사의 장삿속에 떼밀려 우방에 압력을 넣는데 앞장 선다면 말이 안된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선택여부는 전적으로 우리정부가 객관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미국이 우리정부에 그 선택을 강요한다면 불필요한 마찰로 두 나라의 우호관계를 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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