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정의 알뜰시장

  • 입력 1997년 4월 6일 19시 56분


최근 초 중등학교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학용품 장난감 옷가지 전자제품 등 온갖 헌 물건을 교정에 전시하고 필요한 것끼리 교환하는 알뜰시장 행사가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청량제(淸凉劑)처럼 상쾌하게 다가온다.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알뜰시장의 어린이들이 절약이 무엇이고 나눠씀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현장이다. 조그맣지만 소중하고 아름답다. 이런 분위기가 온 사회에 확산되기를 바란다. 근검 절약하는 습성은 어릴 때부터 몸에 배지 않으면 실천이 어렵다. 초 중교 교정에서 열리는 알뜰시장은 어린이들에게 그 근검 절약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빛이 난다. 엄마 가계부에 보탬을 주는 효과도 크지만 새싹들에게 생활의 지혜를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 최근 백화점이나 서점에선 한동안 주변에서 사라진 듯했던 재봉틀과 옷본 등이 잘 팔린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이 옷 한벌만이라도 손수 지어 입어 가계지출을 줄이겠다는 알뜰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들이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사회에 만연한 과소비 사치풍조 때문일 것이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의 스카치위스키 수입증가율이 세계 1위인 것을 비롯, 모피의류 화장품 승용차 골프 스키용품 등 사치성 소비재 수입액이 20억달러에 달했다. 국제수지적자를 늘리는 데 큰 몫을 했다. 대다수 국민은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살지만 일부 계층의 흥청망청 써대는 과소비병은 이미 중증(重症)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3만달러에 이른 일본이나 유럽 선진국 국민들의 소비는 알뜰하고 검소하다. 주말이면 동네 어귀에서는 중고 물건 장터가 성황을 이룬다. 헌옷을 깨끗이 빨고 다려서 스스럼 없이 이웃과 바꿔입는 건 그들 생활의 일부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선 어느 때부터인가 양말에 전구를 넣어 꿰매 신고 볼펜 깍지에 몽당연필을 끼워 다 닳을 때까지 쓰던 절약정신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제 겨우 국민소득 1만달러에 턱걸이한 처지에 씀씀이는 졸부도 이런 졸부가 없다.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장난감을 바꿔 쓰며 절약을 통한 경제살리기 운동에 앞장서는 마당에 분수없이 과소비로 치닫는 어른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어른들부터 교정의 알뜰시장 정신을 바로 배우고 절약하는 몸가짐과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아이들에게 길러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 학교의 알뜰시장 행사를 전 사회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여성단체가 주관하거나 아파트 이웃끼리 생활용품을 바꿔 쓰는 행사는 종종 있었으나 일상화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학교에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터에서, 거리에서 알뜰시장 행사가 늘 열리기를 기대한다. 국민 모두 교정의 알뜰시장 정신을 넓혀 나가야 할 때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