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2단지의 섬유업체 S사. 불황으로 최근 조업단축을 하고 있는 이 회사 K상무는 『의류업은 특히 불황을 많이 탄다』며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문을 닫거나 생산라인을 해외로 돌리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S사도 생산라인의 4분의 3을 중국 동남아 등으로 옮겼다.
지난 64년 60여만평 부지에 공단이 생긴 이래 완구 봉제 가발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의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던 구로공단 신화의 흔적을 현재의 공단 모습에서 발견하기는 힘들다.
마치 쇠락하는 한국경제를 웅변하듯 구로공단의 고민도 역시 「고비용 저효율」 구조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수출경쟁력의 약화로 요약된다.
점차 무거워지는 임금부담과 물류비용, 고금리, 각종 규제 등에 견디다 못한 외국업체들이 90년대 이후 대부분 철수했고 견실했던 국내업체들은 계속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긴 중견전자업체 M사를 비롯해 공단내에서 해외로 생산시설의 전부나 일부를 옮긴 업체는 지난해말 현재 60곳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공단 관계자는 『이처럼 기업이 앞다퉈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데도 기업의 목을 죄는 각종 규제는 여전하다』며 『공장을 신설하는 것은 물론 다른 용도로 바꾸기도 어려워 변신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공단내 근로자수도 지난 87년 7만3천여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3만8천여명으로 10년 사이 거의 절반이나 줄었다. 그나마 이제는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는 풍조가 뚜렷해 구로공단에서도 이른바 3D업종 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을 꾸려갈 수 없는 실정이다.
공단의 상징이던 구로구 가리봉 오거리 일대 「벌집」도 거의 사라졌다. 부근 술집의 경기도 예전같지 않아 주말에도 흥청거리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이 공단의 안성기과장은 『구로공단은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나은 편』이라면서도 『공단이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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