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동식물사랑]『생명의 신비 배워요』

  • 입력 1997년 4월 7일 08시 55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북부 리스모어시에 있는 모단빌공립학교는 전교생이 85명밖에 되지 않는 미니학교다. 그러나 호주 전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다. 지구상에서 사라질 뻔한 리치먼드버드윙이란 나비를 학생들이 합심해서 구해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2년전 현장학습시간을 통해 호주에서도 뉴사우스웨일스 북부와 퀸즐랜드 남부에만 사는 리치먼드버드윙 나비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나비는 같은 이름의 덩굴에만 알을 낳는데 사람들이 숲의 나무를 베어내면서 나무를 타고 자라던 덩굴도 사라지게 됐다. 덩굴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 덩굴과 모양이 거의 비슷한 남미원산의 더치맨스파이프란 덩굴이 심어졌다. 이를 착각한 나비가 이 덩굴에 알을 낳는 바람에 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알들이 떼죽음을 당하게 된 것.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지도교사와 함께 나비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나비를 감시하는 모임을 만들어 수시로 숲에 나가 나비의 숫자를 확인했다. 학교 근처 숲에 리치먼드버드윙덩굴을 심고 더치맨스파이프 덩굴을 베어냈다. 학교에는 덩굴을 대량 재배할 수 있도록 비닐하우스와 나비사육장을 만들었다. 지방자치단체에 호소편지를 띄워 시유지 빈터에 리치먼드버드윙 덩굴을 심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필요한 돈은 인근 대학 음대생 언니 오빠의 도움을 얻어 나비를 주제로 한 뮤직비디오와 로고송을 담은 CD, 티셔츠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팔아 마련했다. 유치원때부터 동식물도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배워 온 호주 어린이들에게 모단빌공립학교의 성공담은 전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외부세계와 고립된 대륙인 탓에 호주에는 코알라 캥거루 오리너구리 등 다른 지역에 없는 고유한 동식물이 많다. 이것들이 인간의 파괴의 손길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을 보살피고 지키려는 호주사람들의 노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호주 시드니 교외 이스트 라이드에 있는 마르스필드스터디센터. 야외학습을 나온 일러비 여자중고생 20여명이 이곳의 스티븐 팝(28)교사를 둘러싼 채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었다. 지난 89년에 세워진 이곳은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 교육부가 운영하는 23개 필드스터디센터중의 하나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교단위로 신청이 들어오면 연령에 따라 「수질측정」 「곤충 관찰」 「인간과 환경」 「저수지 탐사」 등 다양한 주제로 자연교육을 실시한다. 수업료는 없다. 지난 한햇동안만 해도 6천5백명의 어린이가 이 센터를 다녀갔다. 오늘의 주제는 「부시 트리와 부시 푸드」. 호주의 토종 식물과 그 식물로 만드는 식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다. 한시간동안 풀숲의 나무와 풀, 야생화 등을 관찰하고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센터로 돌아와 이곳 교사들이 열매를 따다 직접 만든 잼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연의 신비를 체험한다. 오전에는 새들라이어 공립학교 3,4년생들이 참가한 「파충류와 공룡」수업이 있었다. 어린이들은 센터 주변 풀숲에 사는 도마뱀을 관찰하고 파충류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를 공부한 뒤 푸른 혓바닥 도마뱀의 슬라이드를 보면서 왜 이들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는지를 배웠다. 또 기후변화 도로신설 등의 환경변화가 파충류의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고 멸종이란 말을 넣어 글짓기를 하는 게임도 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베란초등학교 모린 로버트슨교사가 담임하고 있는 3,4학년 교실은 「미니생태박물관」이다. 야외학습시간에 채집한 토종식물의 화분과 표본들, 동식물도감에서 잘라낸 원색의 화보들, 수족관 다람쥐장 그리고 동식물사랑을 주제로 한 어린이들의 그림과 글짓기작품들로 교실안이 어지러울 정도다.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이 셈하는 법, 글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약자에 대한 배려나 인내심,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도 길러줄 수 있거든요』로버트슨교사는 생명존중교육이야말로 각박한 세상을 살아갈 도시의 어린이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선생님, 신디가 또 알을 낳았어요』 호주 시드니에 있는 타베르너스힐 유아학교 운동장 한 귀퉁이에 마련된 동물원 안을 들여다보던 안젤라(7)가 신이 나서 교실로 달려왔다. 이 학교는 미니동물원을 만들어 전교생 65명이 돌아가면서 동물들을 직접 돌보게 하고 있다. 당번인 어린이는 매일 점심시간에 기니픽과 토끼 닭 등 10여마리의 동물원 식구들에게 먹이를 주고 물을 갈아준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교외 해변에 있는 샬롬데이케어 유치원은 운동장 한 쪽에 폐타이어를 이용해 미니 정원을 만들었다. 폐타이어안에 라벤더 당근 파슬리 홍당무 등 채소를 심고 폐타이어마다 이름을 써 놓아 자기가 심은 채소는 자기가 물을 주고 가꾼다. 혹시 새가 쪼아먹지 않도록 플라스틱 양동이와 헌 와이셔츠로 허수아비도 만들어 세워놓았다. 〈시드니·오클랜드·텔아비브〓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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