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48)

  • 입력 1997년 4월 7일 08시 55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1〉 『자비로우신 임금님이시여, 하룬 알 라시드 교주 치하에 바그다드에는 신바드라는 이름을 가진 가난한 짐꾼 하나가 살았습니다』 샤라자드는 이렇게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였으니 나는 이제 그녀가 샤리야르 왕에게 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께 들려드린다. 일독하시길 바랄뿐이다. 어느 몹시도 더운 여름날 짐꾼 신바드는 짐을 나르고 있었다. 무거운 짐을 나르기에는 너무나 더운 날씨였지만 그날그날 품삯을 받아 식솔들을 먹여살려야하는그로서는추위와 더위를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무거운 짐을 져 나르고 있던 신바드는 어느 대저택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땅바닥은 말끔하게 비질이 되어 있고 시원한 물까지 뿌려져 있어서 근처의 공기마저도 서늘하게 느껴졌다. 문 옆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그늘속에는 걸상까지 놓여있어서 신바드는 거기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짐꾼은 걸상에 앉아 땀을 식히면서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렇게 하고 있으려니까 안마당 사립문쪽에서 시원한 산들바람을 타고 그윽한 향기가 풍겨왔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류트와 갖가지 현악기들이 내는 구성진 가락과 즐거운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노랫소리에 호응하기라도 하듯 산비둘기 티티새 나이팅게일 도요새들의 지저귐소리가 일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그 상서로운 기운에 짐꾼은 왠지 좀 괴이쩍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마음이 들떠오르기도하여 문으로 다가가 안을 기웃거려 보았다. 안에는 넓은 화원이 펼쳐져 있고 왕후의 저택에서나 볼 수 있을 지체가 높아 보이는 남녀가 죽 늘어앉아 있었다. 시동이며 종자 그리고 흑인노예들은 시중을 드느라 분주하였다. 갖가지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었고 향기로운 술이 오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 신바드는 이 더위 속에서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하는 자신의 처량한 몰골을 새삼스레 돌아보게 되었고, 그리하여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였다. 『아낌없이 베풀어주시는 조물주여, 거룩한 신이여, 저의 죄를 사하여 주소서. 모든 과오를 뉘우치고 주의 구원을 빌 따름입니다. 당신의 율법이나 통치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행하시는 바를 의심치 않을 것입니다. 사람을 가난하게 하시고 부유하게 하심은 오직 당신의 뜻입니다. 지위를 올리는 것도, 떨어뜨리는 것도 오직 당신이 주도하시는 것입니다. 당신 이외에 신은 없습니다. 당신의 권능은 크고, 당신의 지배는 영원하며, 그 다스리시는 바가 얼마나 뛰어난지 미력한 인간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나이다. 당신은 당신의 종들 중에 마음에 드시는 자에게 은총을 베푸시니, 이 집 주인은 세상에 더없는 기쁨을 다하면서 나날을 보내고, 갖가지 상쾌한 향기를 맡고,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으며, 기막힌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진정 원하시는 바를, 미리 정하신 것을 인간에게 내려주시니 그로 인하여 어떤자는 지치도록 일해야 하지만, 다른 어떤 자는 편히 쉴 수 있고, 또 어떤 자는 더없는 행복을 누리며 넉넉하게 살아가지만, 저와 같은 자는 뼈빠지는 고생을 하지만 비참한 처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오직 당신이 미리 정하신 어떤 뜻을 이루고자 하심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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