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日요코하마 유치원

  • 입력 1997년 4월 7일 09시 14분


일본 요코하마시의 이지마유치원 구내 동산 한편에는 항상 꽃 과일 편지 등이 놓여 있는 무덤이 있다. 이 유치원은 원생들이 동물에 대한 친숙함과 사랑을 기를 수 있도록 염소 오리 토끼 닭 등을 기르고 있는데 지난해 11월 「지로」라는 이름의 늙은 염소가 병으로 그만 죽고 말았다. 17세였던 지로는 이 유치원에서 태어나 원생들이 먹이를 주고 목욕도 시키면서 키운 염소였다. 염소가 죽자 원생들은 마치 가족을 잃은 것처럼 슬퍼했다. 유치원측은 구내동산에 염소를 묻고 엄숙하게 장례식도 치렀다. 원생들은 염소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서 함께 묻었다. 그리고 무덤에는 항상 꽃이나 과일을 선사하고 「지로야, 힘내라」는 글귀와 함께 염소그림을 그려 놓기도 했다. 이곳을 졸업한 초등학생들도 귀가 길에 들러 지로의 넋을 기리곤 한다는 것. 나카야마 호(6·여)는 『매일 아침 유치원에 오면 무덤에 잠깐 들러 인사를 하기 때문에 아직도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유치원에는 지로의 새끼 염소 두마리가 남아 어린이들의 보호를 받으며 지로의 추억을 되새겨주고 있다. 미쓰하시 쓰토무(52)원장은 『자신들이 기르던 동물이 병들어 죽거나 새끼를 낳는 것을 보면서 원생들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섭리를 깨닫고 있다』며 『이와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고 동물이나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등 사회생활에 필요한 「배려정신」을 터득하게 된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이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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