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PC통신에선]10대들의 연예인 우상화

  • 입력 1997년 4월 7일 09시 14분


▼ 방송이 만들어 낸 허상…서민에 허탈감 ▼ 댄스그룹 H.O.T가 가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한 무리가 있다. 액세서리와 옷차림까지 그대로 빼닮은 10대들이다. 팬시점이나 문구점에 들르면 이들의 인기는 확연하다. 책받침 편지지 배지 다이어리, 심지어 머리핀 포장지까지 나와 있다. 물론 연예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다. 하지만 이젠 연예인이 청소년들의 우상인 시대다. 얄궂은 차림에 헛바람만 가득한 10대들이 줄을 잇는다. 심하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모든 시간을 투자하기까지 한다. 인기 연예인이라면 목매달고 달려드는 행태는 심각한 문제다. 정치나 경제는 더이상 이들이 도전하는 대상이 아니다. 인기가수 인기탤런트가 인생의 목표로 바뀐지 오래다. 어떡하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문제는 대중소비문화를 부추기는 상업방송이다. 그러면서 10대의 최고 우상으로 떠오른게 연예인이다. 게다가 좀 인기가 있다 싶으면 출연료는 수천만원대를 호가한다. 광고모델로 나서면 수억원은 거뜬하다. 주변을 살펴보라. 묵묵히 일하며 노동의 대가에 맞춰 행복을 지켜가는 서민들은 뭔가. 가슴 속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면 허탈감만 깊어진다. 대중매체의 상업성에 더는 놀아나지 말자. (유니텔ID·portfoli·ksm1005) -------------------------------------- ▼ 한차례 불고가는 바람…걱정할 일 아니다 ▼ 연예인이 10대의 우상이 되는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어느 시대든 부러움의 대상은 항상 있어 왔다. 충족되지 않는 욕구나 살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분노와 불만, 억압과 한계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는 우상을 찾게 마련이다. 왜 연예인들이 우상이 됐겠는가. 우리 청소년들은 입시라는 엄청난 억압 속에서 시달리며 살아간다. 우리의 10대들에게 무슨 문화가 있는가. 「오로지 공부」가 지상명령이다. 답답함을 해소할 길을 찾아본들 허락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연예인에게 눈길을 돌리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길이 없다. 진정 즐거울 수도 있고 대리만족이라도 좋지 않은가. 연예인들은 10대를 지탱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더구나 방송매체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가 점령하고 있는 시대 아닌가. 여기에 자본주의의 시장원리가 맞물려 탄생한 영웅이 연예인이다. 이 시대의 우상이 연예인이라는 건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면 어린 세대일수록 열광하고 집중하게 마련이다. 인기가 한순간의 거품이듯 성장과정에 따라 우상도 바뀌어간다. 한차례 불고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걱정할 일도 아니다. (유니텔ID·jdchung·사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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