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정태수리스트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이 7일 국회 한보청문회에서 여야 중진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간접 시인한데 대해 정치권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정총회장은 이날 신한국당 孟亨奎(맹형규)의원의 신문에서 신한국당 金德龍(김덕룡) 국민회의 金相賢(김상현) 자민련 金龍煥(김용환)의원의 이름을 대며 정치자금을 제공했는지를 캐묻자 『회사직원이 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이어 정총회장은 이들 정치인에게 준 돈의 성격을 묻자 『정치인에게 줬으니 정치자금 아니냐』고 퉁명스레 답했다. 「정태수리스트」에 오르내린 주요 정치인들의 이름이 돈을 준 장본인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신한국당 김의원 등 해당 정치인들은 즉각 하나같이 『사실이 아니다』 『정태수씨를 알지 못한다』는 식으로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아무리 부인해도 이날 이름이 거론된 여야정치인들은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많은 국민이 TV로 생중계되는 한보청문회를 깊은 관심을 갖고 시청하는 가운데 정태수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신한국당에서는 김덕룡의원의 이름이 나오자 긴장감이 감돌면서 술렁댔다. 일부에서는 『이제 김덕룡의원은 끝난게 아니냐』는 수군거림도 있었다.
당원들은 김의원이 정씨로부터 설령 단순한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해도 김의원이 지금까지 한보로 부터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해왔기 때문에 도덕적인 비난을 면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한국당에서는 이번 일로 김의원의 대권행보는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당내 대선후보 경선구도가 영향을 받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회의 역시 자체조사를 통해 김상현지도위의장의 관련사실을 확인키로 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회의 주류측은 이번 일로 김의장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회의 자민련 등 야권은 그러나 정태수리스트의 파문을 계기로 대선자금 문제나 金賢哲(김현철)씨 수사를 호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직접 이름이 거론된 사람들 외에도 그동안 정태수리스트에 든 것으로 알려진 여야정치인들은 좌불안석이다. 이들은 돈을 받은 사실을 하나같이 부인하고 나섰으나 이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정치권은 이제 「정태수리스트」의 「태풍권」에 접어든 느낌이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