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TV는 10대가 지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쇼 프로는 물론이고 드라마 토크쇼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청소년 취향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중장년층은 소외감을 느낄 정도다. 10대를 대상으로 만든 대표적인 TV장르가 이른바 「트렌디 드라마」다. 풍요로운 도시생활과 신세대 스타일의 사랑 섹스 등을 다룬 이같은 드라마는 요즘 국내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트렌디 드라마는 줄거리나 구성이 좀 엉성해도 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전체 분위기를 10대들의 감각에 맞게 만들어 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의상과 값비싼 외제승용차, 최고급 실내장식의 무대세트가 필수적이다. 주인공으로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스타들이 발탁된다. 연기는 못해도 좋지만 무엇보다 귀공자 스타일에 잘생긴 얼굴이어야 한다. 무대배경은 상류사회일수록 더 어울린다
▼요즘 TV에서 방영중인 「별은 내 가슴에」나 「꿈의 궁전」등 인기드라마는 한결같이 트렌디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들은 외국에 별장을 갖고 있는가 하면 1억원짜리 BMW 승용차 등을 몰고 다니며 흥청망청 돈을 써댄다. 어떤 출연자는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수백만원짜리 의상과 보석을 매주 교체해가면서 모습을 나타낸다. 이것 말고도 「신데렐라」 등 비슷한 내용의 사치성 향락성 드라마들이 잇따라 전파를 탈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방송국 입장에서 트렌디 드라마는 가장 손쉽게 시청률을 올리는 방법이다. 대중문화에서 소비성향이 강한 10대들의 영향력이 그만큼 큰 탓이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나라 전체가 한보사태다, 경제불황이다 해서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TV마저 이런 식이라면 국민들은 어디서 희망과 위안을 찾아야 할지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