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오전 일정이 끝난 뒤 여야위원들은 불성실한 답변태도를 보인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을 상대로 「국회모독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 강도높게 경고.
국민회의 趙舜衡(조순형)의원은 『증인이 답변하는 내용이나 태도는 국회의 권위를 훼손할 만큼 문제가 있어 국정조사법 13조, 14조에 위배될 수 있다』고 일침.
또 신한국당 朴憲基(박헌기)의원은 『증인은 알고있는 사실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위증죄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나무란 뒤 『증인의 불성실한 태도를 위원장이 엄중하게 경고해달라』고 촉구.
○…이날 청문회는 당초 9시 정각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한국당이 국민회의 金元吉(김원길)의원의 특위위원 자격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20분 늦게 시작되는 진통.
신한국당 의원들은 김의원이 95,96년 두차례에 걸쳐 한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 「정태수리스트」에 올라있어 위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 특히 「의원이 국정조사 대상사건에 연루돼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위원자격을 가질 수 없다」는 국정조사법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한 것.
이에 따라 신한국당 의원들은 이 문제를 놓고 대책을 숙의했으나 일단 청문회를 시작해 문제를 제기키로 결정하고 청문회장에 입장.
○…정총회장은 수인번호 「보2952」를 단 하늘색 수의와 흰 운동화를 착용하고 徐廷友(서정우)변호사와 20여명의 교도관에 둘러싸여 청문회장에 도착.
그는 玄敬大(현경대)위원장이 곧바로 인정신문을 시작해 생년월일을 묻자 『1923년 8월 13일생』이라고 또박또박 대답하고 이어 증인선서를 한뒤 증인석에 착석.
○…정총회장은 이날 청문회 내내 거의 눈을 감고 대답,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았으나 『당뇨병을 앓고 있어 눈이 약하다』고만 간단히 대답.
이에 민주당 李圭正(이규정)의원은 『정씨가 오전에 의원들에게 호통치는 모습을 보니까 10년 정도는 더 감옥에 계셔도 되겠다』고 뼈있는 언급. 그는 또 『대선자금과 정치자금에 대해 입을 자물통처럼 닫으라고 조언 받았느냐』고 물은 뒤 봉투에서 큰 자물통을 꺼내 보이기도.
○…이날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장 공방과 별도로 점심시간과 휴식시간 중에도 서로의 신문태도를 비난하며 「장외공방」을 계속.
점심식사전 야당의원들은 신한국당 의원들에게 『여당이 이렇게 봐주기식으로 질의해도 되느냐』고 따지자 李思哲(이사철)의원은 『오히려 야당의원들이 더 봐주는 것 같더라』고 고함을 질러 설전이 오가기도.
▼ 서울구치소 주변 ▼
○…청문회가 진행된 서울구치소에는 청문회 시작 1시간전부터 내외신기자 2백여명이 몰려들어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입증.
2백여평의 청문회장에는 국내 방송4사의 고정카메라 12대가 곳곳에 배치돼 청문회 진행상황을 중계했고 이동식 ENG카메라 10여대가 장소를 옮겨가며 의원들과 정총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
▼ 검찰 ▼
○…한보그룹 정태수총회장이 7일 청문회에서 신한국당 金德龍(김덕룡)국민회의 金相賢(김상현)자민련 金龍煥(김용환)의원 등 「정태수 리스트」에 거론된 3명에게 돈을 준 사실을 사실상 시인하자 검찰 수뇌부는 당혹감과 함께 크게 긴장.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은 오전 10시반경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沈在淪(심재륜)대검 중수부장과 金相喜(김상희)수사기획관 등을 총장실로 급히 불러 대책을 숙의.
심중수부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정총회장이 어떻게 진술했는가』라고 되물었으나 김총장과의 논의사항에 대해서는 함구.
검찰은 이날 별도의 「청문회 모니터링팀」을 편성하고 청문회장인 서울구치소에 수사관을 보내고 수사팀 이외의 거의 모든 검사들이 TV생중계를 시청하는 등 정총회장의 증언내용에 깊은 관심을 표시.
▼ 야당 ▼
○…한보 정태수총회장이 청문회장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른다』로 일관하는가 하면 오히려 의원들에게 훈계조의 답변을 하는 등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이자 국민회의 당사에는 정회장의 태도에 흥분한 일반 시민들의 전화가 쇄도.
〈최영훈·이원재·김재호·이철희·이호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