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프로야구 시즌개막을 앞두고 「하일성의 눈」을 다시 연재합니다. 관중석에서 알 수 없는 덕아웃 안의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매주 화요일 야구해설가 하일성씨의 구수한 입담과 함께 여러분 곁을 찾아갑니다.》
지난 6일 낮. 온 국민의 눈과 귀는 박찬호(LA다저스)의 공끝 하나하나에 쏠려있었다. 이날 우리는 그의 공 하나마다 환호와 실망이 엇갈리는 일체감을 느꼈다. 나는 그때 운동선수 한 사람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다시한번 절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찬호는 이날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투구를 했다. 그는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 정도의 공이면 올시즌 풀타임 선발은 「떼논 당상」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기술적인 면에서 구질은 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와인드업때 왼쪽 발을 차올려 직각으로 가져가는 안정된 투구폼이 돋보였다. 때문에 문제로 지적됐던 제구력도 한결 좋아 보였다.
적극적인 성격 또한 칭찬해주고 싶다. 2회말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브렛 버틀러의 중전안타때 3루까지 내달린 그의 베이스 러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투수 입장에선 다소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는 증거로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면 아직도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다. 1회초 까다로운 톱타자 토니 워맥과의 7구까지 가는 승부에서 안타를 얻어맞자 가운데 직구 승부만을 고집하다가 곧바로 저메인 알레스워드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결국 1회에만 33개의 공을 던지고 말았다.
박찬호는 이제 누가 뭐래도 확실한 메이저리거다. 시즌초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1승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팬들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그에게 부담만 안겨주기 때문이다.
하일성〈야구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