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韓銀마저』 아리송한 「신용대출」

  • 입력 1997년 4월 7일 21시 18분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국민들이 은근히 기대하고 믿는 구석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한보그룹 총회장 鄭泰守(정태수)씨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시작된 7일 아침 불거져 나온 「한은직원들의 수십억원대 신용대출」 소식은 이런 기대감을 깨뜨린다. 한은은 문제가 되자 부장급 3명을 포함해 한은 13명, 은행감독원 19명 등 모두 32명이 각각 1억5천만원 이상씩 여러 은행에서 대출받았다고 밝혔다. 더구나 거의 대부분 신용대출이었다는 것도 인정했다. 李明哲(이명철)한은 인사부장은 『당사자들의 상환계획도 받아볼 계획』이라며 『앞으로는 일정액 이상 대출받는 직원에 대해서는 반드시 관리자에게 신고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은 직원들 사이에선 볼멘 소리도 적지않게 나왔다. 『집 옮기다 한쪽이 안팔려서 우선 꾸어쓴 사람도 있고…』 『아들을 미국유학 보내놓고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서 은행 돈 좀 빌려썼다는데 이렇게 매도해도 됩니까』 그러나 얼마간이라도 가계자금을 빌려쓰기 위해 시중은행 문턱을 드나들어 본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한은직원의 이런 푸념에 절실하게 공감할 사람이 아무래도 많지 않을 것같다. 한은직원들처럼 적게는 1억5천만원, 많게는 7억원까지 여러개 은행에서 담보없이 빌려쓸만큼 「신용도」가 높은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가계부문 신용대출은 최고 5천만원, 담보대출은 최고 1억5천만원으로 한도가 정해져있다. 한보그룹 부도여파로 온 나라가 시끄럽고 경제는 안된다는데 국민들이 한마디씩 했을 것만같다. 『믿을만한 곳이 없군…』 윤희상(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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