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 입력 1997년 4월 8일 08시 27분


친근감을 느끼기 힘들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일본과 일본인. 그들의 사유 구조와 근대화 정신의 뿌리를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했다. 일본 현대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파시즘의 형성배경과 특성에 대해서도 일반 정치학의 카테고리로 분석해 냈다. 「학계의 천황」 「일본지성의 양심」으로 불리며 전후 일본 사상계를 이끌었던 저자(1914∼1996)의 논문 20편이 실려 있다. 그는 영문판 서문에서 『일본을 파멸적인 전쟁으로 몰고간 내적 요인은 무엇인가. 아시아보다 서구쪽 전통에 더 밝았던 일본 지식인들이 맹목적인 군국주의 내셔널리즘을 기꺼이 받아들였거나 끝내 무기력한 자세를 취했던 원인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라고 통렬하게 되묻는다. 근대화의 논리로 점철된 일본 현대사는 출발부터 구미콤플렉스가 깔려 진행된 획일의 역사. 결국 2차 세계대전 패전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서구의 기술과 실용학문 수입에 대한 일본인의 집착은 집권층의 교묘한 천황제 논리와 맞물려 대동아공영권 구호로 현실화했다』 저자의 양심적 일본 비판은 1부 「현대 일본정치의 정신상황」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통치 체제를 향해 엑스레이를 찍고 질병 징후에 메스를 대는 지식인의 고뇌가 느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는 저자를 『일본의 다양한 전문분야 지식인에게 「공통의 언어」를 제공해 준 걸출한 사상가』라고 평가했다. 마루야마 마사오 지음/김석근 옮김(한길사·25,000원) 〈박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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