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인화씨는 올해초 『유능한 지도자가 없는 민주정치는 제대로 된 군왕정치보다 못할 수 있다』는 글을 쓴 바 있다. 그의 「영원한 제국」은 요순시절의 탁월한 군왕정치를 이상으로 삼은 작품이었다.
「인간의 길」 또한 이같은 정치적 영웅의 일대기를 담으려 한다. 국가제일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모반을 획책, 권력의 정상에 서고자 했던 허정훈이 중심인물. 그의 모델은 바로 박정희 전대통령이다.
간행된 1,2권은 그의 청년시절까지를 다뤘으며 10권으로 기획된 나머지는 각각 「혁명의 길」 「나의 조국」으로 이어진다.
작가의 박식한 교양과 치열한 자료조사를 통해 동학혁명부터 광복까지의 세월 속에 펼쳐진 무정부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등의 이념을 녹여쓰고 있다. 동아시아의 설화적 전통을 이어받아 풍성한 이야기문학을 만들자는 작가의 지론대로 곤(鯤)과 여희(女姬)등에 얽힌 중국 고대신화들을 끌어다 작품을 살찌우고 있다. 모순의 인간 박정희를 통해 드러내려는 것은 『죄와 배신과 불의와 타락에 몸을 적시며 이상을 향해 매진했던 고독과 우수의 마키아벨리즘』이다. 그러나 과연 그의 마키아벨리즘은 용납될 수 있을 것인가. 유능한 지도자가 없다고 해서 민주사회의 시민들은 봉건국가의 백성들보다 못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인가.
작가는 지난해 「초원의 향기」 작의(作意)에 대해 강압적인 당나라 중심의 논리에 대항, 대(大)자유인의 길을 걷고자 한 고구려 후예의 운명을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대자유인과 국가제일주의의 초인, 어느 쪽이 그의 진심인가.
이인화 지음(살림·6,500원)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