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초가 되면 도시 근교의 산과 들에는 채집통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드는 어린이들을 보게 된다. 개구리알을 채집하러 나선 초등학교 학생들이다. 때로는 학부모와 함께 채집에 나서는 어린이들도 흔히 눈에 띈다.
얼마 전 도봉산 기슭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30여분 머무르는 동안 개구리알을 채집하러 온 어린이들을 네팀이나 만났다. 3년전만 해도 도봉산 기슭에서는 개구리알과 두꺼비알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찾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물론 환경오염과 자연훼손 탓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무분별한 개구리알 채집도 커다란 요인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초등학교 3학년 자연 과목에 「동물의 한살이」라는 단원이 나온다. 이 안에는 「개구리알을 관찰하여 봅시다」라는 과정이 들어 있다. 개구리들의 수난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교육에 필요한 개구리알을 채집하기 위해 봄철이면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구리알을 발견하는 즉시 「깨끗하게」 채집해 가버린다. 왜냐 하면 이를 채집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까지 나눠주려 하기 때문이다. 자칫 대도시 근교의 개구리들이 멸종사태나 맞는건 아닌지 우려된다.
물론 시골에는 어디든지 개구리알이 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겠지만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도심 초등학교 부근의 문구점들마다 판매하는 개구리알이 어디에서 채집된 것인지도 궁금하다. 또 대도시 근교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 가운데 많은 수가 개구리알 채집에 나선다고 생각해보라.
교육부의 교육과정이 생태환경을 얼마나 고려했는지도 의문이다. 생명의 존엄성과 신비로움을 가르치기 위한 자연교육이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니 말이다. 또 교육현장의 일선교사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교육과정에 들어 있다고 앞뒤 재보지도 않고 개구리알을 채집해 오라고 한다면 잘못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근교에 있는 개구리알은 보호의 대상이다. 결코 채집의 대상이 아니다. 곤충채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위해 채집이 불가피하다면 담당교사가 어린이들과 함께 나가서 적정량만 채집하도록 하자.또 채집한 알도 교실에서 공동으로 사육하고 관찰한다면 남획은 막을 수 있겠다.
끝으로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올챙이가 개구리로 자란 다음에는 반드시 채집했던 장소에 놓아주는 내용까지 학습과정에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윤용택(동국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