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코스인 경주에 들렀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대한 왕들의 무덤과 금관을 무심히 보고 지나친다. 『왕이면 으레 그러려니』하는 것이다.
6일 오후8시 KBS1 TV에서 방송된 「황금나라의 비밀―신라 황남대총」은 새삼스레 그렇게 지나쳐버린 이들의 의표를 찌르는 프로였다. 그 무덤의 독특한 구조와 출토된 금관의 형태 등을 모티브로 한반도 고대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수작(秀作)이었다.
지난 75년 발굴된 신라고분 「황남대총」은 「적석목곽분」이라는 특이한 구조와 대량 출토된 이상한 유물들로 학자들 사이에서 「수수께끼의 무덤」이라 불려왔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 학자와 러시아 고고학계의 최근 연구성과를 토대로 유물과 무덤의 기원을 추적, 고대신라를 세운 황남대총의 주인이 유라시아 초원을 달리던 기마민족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오랜 과거의 일들을 생생하게 재현해낸 첨단영상기법이 돋보인다. 제작진은 첨단영상기법을 이용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금으로 장식한 내물왕과 보반부인의 모습을 복원해냈다.
진행자가 실제 무덤안에서 설명을 하는 듯한 배경과 음향효과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에 현장성을 더해주었다.
러시아 현지조사와 유라시아 샤먼에 관한 기록필름 수집 등 신라 김씨왕조의 조상이 기마민족이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실증적인 추리도 치밀했다.
그러나 추론과정에서 해명되지 않는 의문에 대한 설명은 다소 미흡한 감이 있다.
제작진은 경주에 적석목곽분이 나타나는 4∼5세기에 시베리아 알타이지역을 지배했던 훈족의 일부가 한반도까지 이동해와 신라의 조상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들이 당시 「한반도의 방파제」역할을 했던 고구려를 어떻게 뚫고 한반도 동남쪽의 신라까지 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기마민족이 해로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동경로에 대한 규명없이 『김씨 왕조는 기마민족이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유라시아 일대와 신라에서 발견된 유물, 무덤의 동일성을 찾아내는 데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실증적인 접근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