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홍영남/복제의 윤리

  • 입력 1997년 4월 8일 08시 55분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의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 자매는 모양이나 성질이 서로 닮은 데는 있지만 조금씩은 다르다. 유전자에 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유전자가 똑같은 생물이 있다면 이러한 두 생물 간에는 형상이나 성질이 완전히 같게 된다. 이러한 똑같은 유전자를 갖는 생물을 클론(clone)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출생과정을 통하면 부모 양쪽의 유전자를 공유하게 되지만 클론은 복제에 의해 한쪽 유전자만을 갖는 것이다. 식물은 이같은 클론을 만드는게 손쉽다. 품질 좋은 똑같은 과일나무를 얻기 위해 꺾꽂이를 하는 방법은 꽤 오래됐다. 이제는 다 자란 식물에서 분리한 세포로부터 똑같은 식물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미 원예작물은 클론으로 대량 재배되고 있다. 복제 식물을 인간이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던 일이 포유동물 복제가 성공했다는 기사에 세계가 떠들썩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복제인간의 탄생이 멀지 않았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동물에는 핵이식방법으로 복제동물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동물 몸 세포로부터 핵을 뽑아낸 뒤 이를 핵이 제거된 난세포나 태아세포에 집어 넣어 새로운 핵의 지령에 따라 세포가 분열하게 해 복제동물을 만드는 것이다. 동물 복제의 기술은 아직 식물만큼 진척이 되고 있지 못하지만 복제 생물은 이제 공상과학 소설같은 것은 아니다. 이번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서 하나의 획기적인 성공은 사상 최초로 여섯 살 짜리 암양의 유방세포를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생물의 존재적 가치는 다양성에 있다는 점이다.만약 인간의 호기심으로 복제인간을 만들어낸다면 윤리적으로 크나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생명윤리를 재는 방법은 어려운 문제이나 인간복제 실험만은 금지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인간, 그 인간의 인간성은 무엇일까. 아마도 복제인간이란 윤리관과 도덕성을 찾을 수 없는 동물에 불과할 것이다. 홍영남<서울대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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