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51)

  • 입력 1997년 4월 11일 07시 55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4〉 짐꾼 신바드는 그러나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 대저택의 주인에게도 한때는 삶이 힘들고 고달팠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때 주인이 말했다. 『짐꾼 양반, 내가 이런 저택의 주인으로 들앉아 영화를 누리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랍니다. 나도 젊은 시절에는 고생을 할 만큼 해봤지요.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겼고요. 내가 오늘날 이런 영화를 누리는 몸이 된 것도 순전히 젊은 시절에 한 고생과 위험한 고비들을 넘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답니다. 나는 일곱 번의 항해를 했습니다만 그때마다 나는 기가 막힌 경험들을 했습니다. 이럴 것이 아니라, 여러분, 차제에 내 신세 이야기를 들어보시지 않겠습니까?』 주인이 이렇게 묻자 짐꾼 신바드를 비롯한 일동은 좋다고 했다.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할테니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선원 신바드는 이렇게 자신이 젊은 시절에 한 모험담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고 일동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니, 나는 그가 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께 들려드리는 바다. 들어보시기 바란다. ―어릴 때 나의 아버지는 종종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얘야,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행복이 가장 소중한 것이란다. 그러니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꿈꾸지 말아라. 그런 것을 꿈꾸게 되면 남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고생을 하게 마련이란다. 그래서 옛 성현들도 이런 말을 남기지 않았더냐. 「현명한 자는 남들이 흔히 걷는 길을 걸을 것이요, 어리석은 자는 남들이 걷는 길에서 벗어나 엉뚱한 길로 빠진다. 그렇게 되면 수렁에 빠져버릴 수도 있고, 가시덩굴에 걸려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다」 성현들의 말씀이 틀린 것이 없단다. 보통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 중 하나라는 걸 잊지 말아라』 아버지가 무슨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보통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일러주시곤 하던 아버지 자신은 상인으로서 고향 마을에서는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명사였습니다. 그야말로 모범적인 보통사람이었다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아버지가 나에게 거는 기대와는 달리 보통사람이 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무엇인가 좀더 특별한 삶을 살아보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나는 아버지가 터잡고 살고 있는 고향 마을이 언제나 따분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언젠가는 고향을 떠나 낯선 고장과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며 좀더 새로운 경험을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아직 철이 들기도 전에 알라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적지않은 돈이며 토지며 농가며 그리고 가게를 남겨놓으셨습니다. 그러나 철이 덜 든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산은 독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나는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과 어울려 방탕한 생활로 나날을 보냈습니다. 나에게 있어 돈은 쓰기 위해 있는 것이고 젊음은 향락을 즐기기 위해 있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사에 흥망성쇠가 있다는 사실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그토록 낭비를 해댔던 것도 어쩌면 보통 사람으로 남을 수 없는 나의 운명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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