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일대가 내일부터 매주 일요일 「차없는 거리」로 지정된 것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전통문화거리를 되살리는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화랑 골동품점 등이 밀집한 인사동 일대는 90년대들어 급격하게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이번 차없는 거리 지정을 계기로 이곳이 다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명소가 되고 아울러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
인사동 일대는 한때 2백여곳에 달했던 고미술점포가 현재 1백여개로 줄고 화랑이나 고서점의 숫자도 현격하게 감소하는 등 문화거리로서 빛을 잃고 있다. 문화관련 업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주로 신세대풍의 피자가게나 커피전문점, 술집이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장기간 이어져온 문화시장의 침체에 기인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급속한 개방물결 속에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은 6백여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도시다. 그러나 서울에서 옛 향취와 멋을 간직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한옥이 몰려있던 종로구 북촌(北村)만 하더라도 지난 91년 한옥보존지구가 해제된 이후 현대적인 주택가로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문화공간으로서 인사동은 더욱 비중이 커진다.
시민들이 차없는 인사동 거리를 마음놓고 활보하면서 도자기 회화 공예품을 감상하고 야외에 마련된 각종 공연행사도 구경하는 것은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동시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전통문화는 절대 세계화에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지구촌시대에는 우리 고유의 개성을 지키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인사동 살리기는 그점에서 행정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