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차 국제의회연맹(IPU) 서울 총회에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토종 한국인」이 외국대표로 참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셜 군도 공화국 대표로 참석한 池龍(지룡·60)씨가 그 주인공. 지난 81년 미국으로 이민, 지금은 마셜 공화국 국적인 지씨는 대통령 경제고문 자격으로 케사이 노트 국회의장 및 국회 사무처직원 1명과 함께 지난 9일 내한했다. 괌과 하와이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마셜공화국은 지난 87년 독립한 인구 5만에 3천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진 초미니 국가.
한국에서 음반사업을 하던 지씨가 사업에 실패한 뒤 81년 미국땅을 밟았을 때 그는 빈털터리였다. 미국 본토와 괌 사이판을 전전하며 기반을 다진 그는 지난 86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마셜공화국에 진출했다. 그곳에서 건설업으로 성공을 거둔 그는 대추장 출신으로 지난 76년부터 20년간 마셜공화국을 통치하다 지난해 타계한 아마타 카부아 전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돼 90년부터 대통령 경제고문으로 활동해 왔다. 아마타 대통령은 새벽에도 경찰을 시켜 지씨를 불러낼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사업의 성공으로 그는 3개의 섬과 빌딩 2채 등을 소유한 마셜판 「재벌」이 됐고 세계 제1의해저코발트광산개발권을 쥐고 있다.
한국 정부에 대한 그의 아쉬움은 크다. 일본은 25년 전부터 마셜공화국 인근 기리바티 공화국의 크리스마스 섬에 위성추적 기지를 건설했고 대만은 핵폐기물 저장소 설치를 추진중이지만 그의 수차례에 걸친 건의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거점조차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것. 지씨는 『한국 정치인이나 외교관들이 후손들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태평양 중심지인 마셜군도 인근에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보사태와 관련, 마셜군도 고위층 인사들이 『너희 나라 대통령도 곧 감옥에 들어가느냐』고 물을 때마다 창피한 생각에 『「나는 마셜사람」이라고 얼버무린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