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6〉
모처럼 뭍에 내려 휴식을 즐기고 있던 사람들은 선장의 다급한 외침 소리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선장은 계속해서 외쳐댔습니다.
『당신들이 딛고 서 있는 그 섬은 섬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다 한가운데 가만히 떠 있는 물고기의 등이란 말입니다』
그러나 처음에 사람들은 믿으려 들지 않았습니다. 선장은 계속해서 소리쳤습니다.
『물고기 등에 오랜 세월을 두고 모래가 쌓이고 나무가 자라서 흡사 섬처럼 된 것이란 말입니다. 거기에 당신들이 불을 피웠으니 이제 고기란 놈은 뜨거워서 움직이기 시작했단 말입니다. 당신들을 태운 채 당장에라도 바다 밑으로 들어갈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물건 따위는 버려두고 어서 빨리 배로 돌아오십시오!』
그제서야 사람들은 번쩍 정신이 들었던지 물건도 짐도, 세탁을 한 의복도, 세탁을 못한 의복도, 화덕도, 놋쇠 솥도 모두 다 팽개친 채 허겁지겁 배를 향하여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는 영영 배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만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갑자기 섬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바다 밑으로 곤두박질 쳤고, 따라서 그 위에 있던 사람들은 천지를 덮을 것만 같은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면서 물 속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입니다. 그들 중에는 나도 끼어 있었습니다.
나는 미처 배로 되돌아가지 못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거센 물결에 휩쓸려 일단 바닷속 깊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나 알라의 뜻으로 나는 선원들이 목욕탕으로 쓰던 커다란 나무통 하나를 붙잡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나의 몸은 나무통과 함께 다시 물위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종잡을 수 없는 파도에 휩쓸려 다시 물 속으로 곤두박질쳤다가는 떠오르고, 떠올랐다가는 다시 물속으로 처박히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끝끝내 나무통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광란의 파도가 가라앉고 나는 나무통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수면 위로 떠오른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여 나무통 위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는 그 위에 엎드린 채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한편 선장은,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나 빠져 죽게 된 사람은 버려둔 채 배로 되돌아온 사람들만 싣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범해버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거대한 물고기가 언제 다시 나타나 배를 삼켜버릴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 내가 정신을 차려보니 내 주변 바다 위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널빤지며, 옷가지들이며, 팔다리가 잘려나간 시체들이며, 그밖에 온갖 것들이 물 위에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에는 내가 타고 왔던 배가 떠나가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나는 배를 향하여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배는 이미 너무 멀리 가버렸는데다가 돌아올 기색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배의 돛대가 수평선 너머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나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