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뉴질랜드 「보통가정」

  • 입력 1997년 4월 14일 07시 59분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시 버크데일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아니타(8)네 집 마당 한 구석엔 벽돌을 예쁘게 둘러쌓아 만든 공간이 있다. 식사를 한 뒤 바나나껍질이며 사과껍질, 먹다남은 음식찌꺼기 등을 모아 이곳에 버리는 게 아니타의 주요 일과중 하나다. 이 공간은 다름아닌 퇴비만드는 곳이다. 거무스레한 흙속엔 지렁이가 살고 있어 음식찌꺼기를 버리면 지렁이가 이를 소화해 식물의 양분이 되는 유기비료로 바꿔놓는다. 엄마 이네케 크누버도 설거지를 할 때 기름찌꺼기는 반드시 따로 모아 이곳에 버린다. 아니타의 두 오빠 존(10)과 오노(19)는 공기가 잘 통하도록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쇠스랑으로 흙과 음식찌꺼기를 잘 섞어준다. 아니타네 집 뒤쪽엔 조그만 동산이 있다. 아빠 크누버는 아이들 생일이면 이 동산에 아이들이 직접 고른 묘목을 한 그루씩 심는다. 나무마다 아이들 이름표를 붙여 아이들이 자기 나무에 애착을 갖고 직접 돌보도록 한다. 힘은 들지만 아니타도 오빠들과 함께 퇴비를 삽으로 퍼다가 자기 나무에 주곤 한다. 3년전 이곳으로 이사온 후 아홉그루의 나무를 심었는데 첫 해에 심은 살구며 자두나무는 벌써 꽃을 활짝 피웠다. 컴퓨터회사에 다니는 크누버는 거실 한 쪽을 작업실로 꾸며 집안에 필요한 웬만한 물품은 직접 톱질을 하고 망치를 두드려 만들어낸다. 자르고 남은 나무부스러기나 다 쓴 아이들 연습장과 종이는 벽난로의 불쏘시개로 쓴다. 엄마 이네케는 시장에 갈 때 손수레처럼 끌게 돼 있는 시장바구니를 가지고 간다. 뉴질랜드에서는 아직 슈퍼마켓에서 플라스틱백에 물건을 담아주지만 전에 살던 독일에서는 슈퍼마켓에서 아예 플라스틱백을 나눠주지 못하게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근처 숲으로 가족들과 소풍을 갑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숲을 잘 보존한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려고 노력합니다』 사무실에 머그컵을 갖다놓고 직접 커피를 타 마신다는 크누버는 이런 일상생활 이외에 아이들에게 특별한 환경교육은 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클랜드(뉴질랜드)〓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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